[질문의 힘] 끝까지 싸울 용기와 의지가 나에게 있는가?

세상의 링 위에서 끝까지 버텼던 故 김득수 선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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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무게와 삶이 주는 압력으로 주저 앉고 싶을 때 생각나는 질문.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움직임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고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자세를 잡아주는 안정근(Stability Muscles, 자세근)은 당신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축하고 있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몸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날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고 했다.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움직임과 같다. 질문은 자신을 성찰하는 힘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질문의 7가지 힘>의 저자 도로시 리즈는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다. 그는 저서에서 질문의 7가지 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1.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질문을 하면 맞든 틀리든 답이 나온다. 질문을 계속하면 점점 바른 답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정확한 답을 얻으려면 질문을 제대로 해야 한다.

2.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 위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 질문을 받게 되면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이처럼 질문은 끊임없이 생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3.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얻으려면 자기 자신한테든 남에게든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빨리 얻는 방법이다.

4.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격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질문을 하면 감정이 통제된다. 질문은 기본적으로 사고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을 논리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5. 질문은 마음을 연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 관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우쭐해진다.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리 과묵한 사람이라도 자기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6.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이 정확한 답을 원하는 것인지 그냥 의견을 묻는 것인지, 긍정적인 답을 원하는 것인지 부정적인 답을 원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그러니 질문자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7.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보다 자신이 하는 말을 더 믿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해 낸 것을 더 믿기에 질문을 요령 있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질문은 답을 찾게 하는 힘이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당신만의 답을 찾게 되면, 삶 역시 한 걸음 나가게 된다. 질문은 당신을 움직이게 한다. 반면 어떤 질문은 삶이라는 혹독한 링 위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한다. 그 질문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처절할 정도로…

영화 <록키>는 도전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썼던 실베스터 스탤론은 세계 헤비급 챔피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 경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웨프너는 당시 무적을 자랑하던 알리를 상대로 다운을 뺏기도 하면서, 15라운드 끝까지 버텼다. 하지만 아쉽게도 15라운드 종료 19초를 남기고 코가 부러졌을 정도의 심한 부상을 입은 채 TKO로 패했다. 1975년 도전 당시 웨프너의 나이, 복서로는 환갑을 넘은 마흔 살이었다. 마흔 살!

영화 <록키>는 도전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록키>는 스탤론이 자신의 꿈을 위해 끝까지 버틴 젊은 날의 초상이 투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1975년 서른 살의 스탤론은 지하철 역 위에 있는 값싼 여관에서 반려견 벗키스와 함께 살았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집, 통장잔고는 106달러, 이제 막 서른두 번째 시나리오를 제작사로부터 퇴짜 맞은 비인기 작가이자 단역배우.

음식 살 돈이 없었던 그는 결국 벗키스를 40달러에 판다. 근근이 버티던 스탤론에게 마침내 시나리오를 사겠다는 영화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제작사는 감독과 배우까지 겸하겠다는 그를 설득해 주인공만 하는 조건으로 크랭크인한다. 영화 <록키>는 흥행에 성공한다. 그리고 반려견 벗키스를 되찾아 온다. 그가 끝까지 버틴 결과다.

<록키>의 실제 주인공처럼 한국 복서 중에도 링 위에서 끝까지 버틴 사람이 있었다. 1982년 11월 13일(한국시간 14일), WBA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전에서 동양 챔피언 김득구 선수는 당시 세계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 대결을 벌인다. 김득구 선수는 세계 챔피언과 맞대결할 정도의 기량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도전을 택했다. 마치 <록키>의 주인공처럼. 하지만 생애 마지막 도전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득구는 14라운드까지 버티며 맨시니와 대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결정타를 맞고 링 위로 쓰러진다. 끝내 일어나지 못한 김득구는 그날이 생애 마지막 경기가 되었고, 영원히 링 위에 잠들게 된다. 그가 걸었던 삶의 길이 권투라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였다면 분명, 그는 자신의 삶에 있어 최선을 다했고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김득구 선수의 죽음으로 인해 복싱 경기는 15회전에서 12회전으로 경기 규칙이 바뀌게 된다).

세상의 링 위에서 끝까지 버텼던 故 김득수 선수(1959~1982)

그의 일대기가 영화화되어 곽경택 감독, 유오성 주연의 <챔피언>이 2002년 개봉되기도 했다. 어렸을 적 어렴풋이 흑백 필름처럼 남아 있던 링 위의 혈투를 영화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슴에 품었던 한 문장을 보게 된다. 그의 노트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끝까지 싸울 용기와 의지가 나에게 있는가?

혈투(血鬪). 심지어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를 링 위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우리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전설의 파이터 최배달 역시 싸우는 것이 그토록 두렵다고 했을까. 무엇이 동양의 무명 복서 김득구를 세계 챔피언과의 혈투가 벌어질 링 위로 올라서게 했을까?

아마도 스스로에게 던진 단 하나의 질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질문이 두려움을 넘어서게 했을 것이다. 두려움 너머에 그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권투 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챔피언>을 보면 이런 질문과 대답이 나온다. 돈 3천 원을 들고 가출한 김득구는 무작정 버스에 오른다. 이때 버스 안내양이 행선지를 묻는다. 그때 김득구의 대답은

끝까지…

였다. 서울로 온 그는 맨몸으로 링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복서처럼 그야말로 삶의 밑바닥이라는 링 위에서 두려움 너머에 있을 꿈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구두닦이, 껌팔이, 철공소 직원… 삶은 권투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링 위에 선다는 것은 두렵다. 그 두려움 때문에 삶의 링 위에 서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 현상(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이런 현상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뒤틀린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그들을 링 위에 설 수 조차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끔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으로 인해 ‘끈기’와 ‘인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세상의 무게와 삶이 주는 압력으로 주저 앉고 싶을 때 생각나는 질문. 바로 김득구 선수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다. 링 위에 올라 싸울 용기도 필요하지만, 링 위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에 가까스로 올랐다면 끝까지 버틸 용기도 필요할 만큼 힘든 세상.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흙수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떠올려야 할 질문

끝까지 버틸 용기와 의지가 나에게 있는가?

힘들게 버티지 않아도 그저 최선을 다하는 노력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권력과 돈을 움켜쥔 자들과 비선 실세들에 의해 상처받지 않는 세상.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길 희망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세상이라는 링 위로 두려움에 맞서 올라야 하고, 싸워야 하고, 버텨야 한다. 김득구 선수가 두려움 너머에 있을 자신의 꿈을 위해 끝까지 버티며 싸울 수 있게 해준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질문의 7가지 힘> 도로시 리즈 지음 | 노혜숙 옮김 | 더난출판사(2002)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