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여러 줄] 모두가 빈 페이지에서 출발한다: 글쓰기와 삶

그러니 이왕이면 자신만의 색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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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커다란 노트. 그 위에서 우리 모두는 빈 페이지에서 출발한다. 물론 현실엔 이미 – 통장, 증권계좌, 건물대장에 숫자가- 채워진 노트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어쨌든 상위 1%에 해당하는 케이스니 논외로 하자. 그러고 보면 글쓰기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떠나는 삶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원고지, 에버노트, 브런치 에디터, 개인 노트… 어디에다 쓰든 모두 빈 페이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게 채울 수 없기에 빈 페이지를 남기고 끝이 난다는 것.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와일드>의 작가이자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담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에세이들은 발표될 때마다 주요 언론과 많은 젊은 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잡지들에서 그녀의 독특하고 우아한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셰릴은 책을 100권 펴낸 사람이든 단 한 권도 펴내지 못한 사람이든 간에, 누구나 빈 페이지에서 출발할 뿐이라고 말한다. 말콤 글래드웰이든 파울로 코엘료든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 과정을 갖고 있긴 하지만 백지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는 시간을 갖는 건 작가들의 숙명과도 같다. 그들이 가장 권유하는 방법은 모니터가 아니라 실제 종이에 생각을 옮겨 놓는 것이다.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쥐어짜 내라는 게 아니다. 지금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가볍게 종이 위에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이는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한 마인드셋(mindset)이다. 습관으로 들이면 글쓰기는 한결 쉬워진다.

–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어디에다 쓰든 시작은 빈 페이지에서..
어디에다 쓰든 시작은 빈 페이지에서..

열심히 썼지만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빈 페이지에서 시작해야 할 때도 있다. 자동 저장되지도 않은 채 컴퓨터 오류로 작성한 글이 다 날아갔을 때도 마찬가지. 망연자실할 그 마음 이해한다. 나고 겪어 봤으니까. 오탈자 없이 완벽하게 글을 쓸 수 없듯, 당신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면서 성장해갈 것이다. 책을 내고 싶어 여러 출판사에 문의했지만 거절 당해 먼지가 쌓인 채로 보관되다, 어느 날 다시 빛을 보는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빈 페이지에 새로운 내용을 써야 할 수도 있다.

빈 페이지에서 시작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방편(方便)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의 첫 책이 되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빈 페이지에서 출발하고 빈 페이지를 남겨두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비단 글쓰기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우리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나간다. 필연적으로 비워진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삶이고, 끝내 모두 비우고 떠나야 한다. 비워져 있어야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다. 채우기만 하면 몸과 마음은 지치고 삶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차피 빈 페이지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자신만의 색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 넣는 건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도 빈 페이지와 같다. 하루라는 빈 페이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오롯이 당신에게 달려있다. 글쓰기가 그러하듯 삶도 그러하다.


참고: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지음 | 박선령 &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2017)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