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다가온 비만: 인류는 뚱뚱해지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 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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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염성 질병이 네 가지 유형의 집단에서 유행병처럼 확산된다는 사실에서, 서구화된 생활방식의 확산과 비전염성 질병은 상관관계가 있는 게 확실하다. 최근 들어 갑작스레 부유해져서, 대부분의 시민이 서구식 생활방식을 ‘즐기는’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의 산유국들, 나우루 공화국과 모리셔스처럼 급작스레 풍요로워진 섬 국가들-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전 국민이 위험하다. 실제로 세계에서 당뇨의 유병률이 15퍼센트를 넘는 8대 국가 모두가 아랍 산유국이거나 부유한 섬나라이다.

–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 중에서

유행병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적인 비만의 확산은 198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선진국에서는 적어도 전체 성인의 절반 그리고 청소년의 1/4 이상이 비만 상태이다. 비만은 여러 질환에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질환의 패턴 또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요인에 의한 질환에서 주로 생활 방식에 기인하는 질환으로 크게 바뀌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조류 독감처럼 급성 전염병이 다시 돌아왔다고 해도 이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들도 생활 방식(인구과밀과 과잉, 외국여행, 성행태 등)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구과밀과 과잉, 외국여행, 성생활 형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년 전 미국에서 첫 사회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미국이란 사회는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다른 몇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됐다. 그중 하나가 ‘비만’이었다. 정말 내 체격의 3~4배는 나갈 것 같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났다는 것이다. 적잖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먹는 음식들의 칼로리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대부분 육류였고, 패스트푸드였으며, 가공 식품들이 넘쳐흘렀다.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 그리고 왠지 움직임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맨해튼이 아닌 이상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가별 비만 현황(Infographic International Obesity Overview)
국가별 비만 현황(Infographic International Obesity Overview)

한국은 어떨까?
한국 역시 지난 50년 사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사람도 변했고, 자연도 변했다. 1960년대까지 국내에 거의 없었던 유방암과 대장암이 매년 6~7%씩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체중 100kg 이상의 고도비만자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염증성 질환도 늘고 있다. 가수 윤종신 씨가 앓고 있어 알려졌던, 장이 만성염증으로 파열되는 크론병은 10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성조숙증과 자궁내막증, 요도하열, 잠복고환 등 생식기계 이상도 증가 추세다.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도 늘어났다.

2015년, 통계청이 조사한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순위를 보면 5위 자살과 9위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순위대로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당뇨병, 만성 하기도질환(천식, 기관지염 등), 간질환, 고혈압성 질환으로 모두 비전염성 질환이다. 2015년 사망자 수는 1983년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사망률은 1992년 이래 가장 높았다. 2015년, OECD 보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5세 이상 비만율이 4.7%로 44개국 대상 중 43위다. 1위는 미국으로 OECD 평균 19%의 두배 가까운 35.3%다.

과체중인 사람은 원하는 사이즈의 옷을 찾기가 쉽지 않고, 일자리를 찾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는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고통받는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칼로리 섭취나 몸매 유지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데도 비만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 <과식의 심리학> 중에서

한국의 문제는 비만의 전 단계인 과체중 비율이 27%로 높다는 것이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과체중이 곧 비만으로 진행되기 쉽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동 비만율이 여자 9.9%, 남자 16.2%로 높은 것도 심각하다. 아동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0년 즈음,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내가 어렸을 때와 달리 뚱뚱한 아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사진처럼 남아 있는 장면 하나는 아이 셋이 치킨 집에서 치킨과 콜라를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세명의 아이 모두 뚱뚱했다. 지금은 100kg 이상의 고도비만자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2012년의 합천창녕보와 바로 붙어 있는 지천에서 녹조현상과 함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출처: 경남도민일보)
2012년의 합천창녕보와 바로 붙어 있는 지천에서 녹조현상과 함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출처: 경남도민일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어떤가?
우리의 환경은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10배 이상 늘어나면서 땅과 강물, 지하수는 가축분뇨와 축산농장에서 사용한 항생제로 오염되어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4대강의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6년, <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런던의정서’에 따라 한국도 2012년 바다에 가축분뇨를 버리는 게 전면 금지되면서 땅과 강물로 스며드는 분뇨의 양이 4~5배 늘었다. 가축들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로 온난화가 가속된 것이 4대강 녹조를 증폭시킨 또 다른 원인이다.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이 우월성만으로 유럽인들이 비유럽인들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유럽이 다른 여러 대륙에 사악한 선물(유라시안들이 오랫동안 가축과 밀접하게 살았기 때문에 진화된 각종 병원균)을 주지 않았다면 그러한 정복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농업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가 많아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성 질병은 진화되고 존속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중에서

인류는 뚱뚱해지고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뚱뚱해지고 있다. 이는 남녀노소, 계층을 불문하고 모든 인종과 민족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마치 유행처럼 퍼지고 있으며, 그 확산 속도가 줄어들 기미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함께 전 지구적으로 곳곳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있으며, 수많은 동물들이 지구 상에서 사라졌고, 사라져 가고 있다(569종의 동식물이 멸종했고, 1만 7천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의 멸종 속도가 과거보다 100배나 빨라지면서 지구가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고, 멸종 대상에는 인간도 포함될 수 있다고 일부 학자들은 경고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세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만약 이런 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5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이제는 잠시 멈춰, 우리 몸과 주변 그리고 지구의 환경을 둘러봐야 한다. 우리의 몸이 망가지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땅과 강물이 가축들의 똥과 오줌으로 뒤덮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익숙한 방식으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관점에서만 얻을 수 있다. 내가 100년 쓸 몸을 건강하고 완벽하게 만들자고 하는 것은, 단지 우리의 몸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되찾고자 하는 마음도 들어 있다.


참고: 지구,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
참고: <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2013)
참고: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2005)
참고: <비만의 진화> 마이클 L. 파워 & 제이 슐킨 지음, 김성훈 옮김, 컬처룩(2014)
참고: <생활습관 의학> 게리 에거 지음, 생활습관의학회 옮김, 범문에듀케이션(2012)
참고: <진화의학의 이해> 피터 글럭맨 외 2명 지음, 김인수 외 6명 옮김, 허원북스(2014)
참고: <과식의 심리학> 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 루아크(2016)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