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ST] her, 그녀. 소통과 사랑의 소유에 관한 물음표 Her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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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차분하면서도 약간 허스키하다. 듣다 보면 분명 빠져 들만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녀. 나 조차도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그녀와 매일 데이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을 해보지만 만날 수는 없다. “아니! 만날 수가 없다니?” 무슨 이야기일까? 스칼렛 요한슨과 호와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그녀, her>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그녀, her>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그녀, her>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그녀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이 아니다. 컴퓨터에 탑재된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인 ‘사만다’가 목소리의 주인공. 현재, PC는 인공지능 기능이 없지만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AI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버전 업된 애플의 시리(Siri)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만날 수 있다. 스칼렛 요한슨처럼 매력적인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인공지능 AI와 대화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 중이다. 혼자 살고 있는 그는 퇴근 후 특별한 활동 없이 그저 3D 게임을 하며 외롭고 공허한 2020년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3년도 안 남았다니…).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를 구입하게 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다니… 어떻게 얼굴도 모른 채 대화만 나누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가능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PC통신 시절엔 모니터 너머에 있을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 삐삐 메시지 음성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는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목소리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해봤으니까.

1997년. 영화 <접속>. 전도연이 PC 통신을 이용해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채팅을 하고 있다.
1997년. 영화 <접속>. 전도연이 PC 통신을 이용해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채팅을 하고 있다.
2020년. 사만다는 PC의 인공지능 운영체제이다.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테오도르
2020년. 사만다는 PC의 인공지능 운영체제이다.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테오도르

영화 <그녀, her>는

소통(Communication)

에 관한 이야기다. 소통 즉, 대화는 (목)소리의 교환이다. 목소리만 들으며 대화를 나누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삶의 공유가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호감이 생기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어느새 싹트지 않을까? 쓸쓸한 생각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듯하다.

영화 <그녀, her>는

과연,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상관 없이 사랑은 본질적으로 지속력이 강하지 않다. 사랑을 지속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을 ‘소유’ 하지 않는 것뿐. 연애를 한다고 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사랑을 놓치게 된다. 사랑을 영원히 갖고 싶다면,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되는 아이러니. 사랑은 가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여야 하는 것이다.

“사만다는 운영체제야.”
“OS랑 사귄다고? 어떤 느낌인데?”
“정말 친근하게 느껴져. 얘기할 때면 곁에 있는 거 같아.”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기분은 꽤 괜찮아.”

“사랑에 빠지면 다 미치게 돼.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미친 짓이거든.”

“나는 당신의 것이기도, 아니기도 해요.”

– 영화 <Her>의 대사 중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다. 그녀가 대답을 한다.
그녀의 목소리와 사랑을 나누다.
우리는 ‘반드시’ 시각적 사랑만 나누는 존재는 아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시리에게 말을 걸어 본 사람, 분명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랑 가능하다.
사랑에 대한 소유욕은 사랑을 힘들게 한다.
어디에 있든 당신에게 사랑을 보낸다.

비움으로 채워야 하는 건 우리의 일상과 마음뿐만이 아니라 사랑에도 해당되지 않을까? 일상이 그리고 사랑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면서…


참고: 푸샵 블로그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