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인간을 해치는 목숨건 육식! 꼭 해야 하나?

채식해도 괜찮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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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향수> 1연을 읊조리다 보면 자연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동시에 서글프지만 도시인들에게 소(牛)는 단지 먹을거리인 ‘고기’로만 인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자라 소를 볼일이 없었지만 벌초나 집안 행사로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는 소였다. 살면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초식동물이기도 하거니와 소의 큰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돼지나 닭도 마찬가지.

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 오리, 개,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개, 고양이, 새, 돌고래 등의 동물이 심리치료에 투입되기도 한다(사진: 2013년 9월 벌초 중).
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 오리, 개,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개, 고양이, 새, 돌고래 등의 동물이 심리치료에 투입되기도 한다(사진: 2013년 9월 벌초 중).

소를 뜻하는 한자는 ‘牛(우)’를 쓴다. 그런데 우에는 ‘희생’이라는 뜻도 있다. 왜일까? 소는 농가에서 사람이 해야 할 힘겨운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스스로를 돌볼 줄 안다. 살아서는 우유 그리고 연료나 건축재료로 쓰이는 소똥을 제공하고, 죽어서는 살과 가죽을 인간에게 주고 간다. 인도인들이 소를 신성시하는 이유다. 특히 암소는 그렇다. 앞서 말한 희생을 다하면서도 사람을 대신해 노동을 하는 수소를 낳기 때문이다.

인도 농부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소고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우유를 얻기 위해 암소의 신격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굳이 소를 신성시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소의 희생을 생각하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채식만 하는 초식동물은 어떻게 근육질의 큰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
채식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이슈는 바로 소나 말, 코끼리, 기린 같은 동물이 나뭇잎, 열매, 과일, 풀 등의 식물(Plant)만 먹는데도 어떻게 근육질의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말의 잘 다듬어진 근육을 보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말 근육 같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리라.

지난 글 <채식해도 괜찮아 1편>에서 덩치가 큰 초식동물들이 많이 먹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덩치에 비해 의외로 ‘소식’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식물만 먹는다. 그럼에도 큰 몸집과 근육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진화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은 잡식동물로 진화를 해왔듯이 초식동물도 수백만 년간 풀만 먹도록 진화를 해왔다. 이에 대해 마이클 폴란은

한편으로는 풀이 수백만 년간 소의 음식이 되도록 진화해 왔던 것이다. 이런 협력 관계는 자연의 경이 가운데 하나다. 암소가 풀잎을 먹는다고 해서 풀이 죽지는 않는다. 풀은 소가 뜯어먹는 다고 해도 소에게 회복의 기회를 주는 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소는 풀과 경쟁 관계에 있는 어린 나무와 관목을 먹어치워 풀의 서식지를 보호해 준다. 소는 또한 풀의 씨를 퍼뜨리고, 발굽으로 심은 다음 배설물로 비료를 준다. 

–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 분투기> 중에서

라고 썼다. 이렇게 풀과 소는 협력 관계에 있는데 이 둘 사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있다.

반추위 그리고 미생물

소는 반추(反芻)동물이다. 반추동물은 ‘되새김 동물’이라고도 하는데 소화작용으로 반추작용을 하는 점과 미생물에 의한 식물의 분해가 이뤄지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 양, 염소, 낙타, 사슴, 기린과 같은 동물이 이에 속한다. 반추동물은 위가 4∼5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발효 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여러 개의 위를 ‘반추위(Ruminant Stomach)’라고 한다(말은 위가 하나밖에 없어 반추동물로 분류하지 않는다. 대신 장이 25m로 상당히 길다). 이러한 반추위가 있기에 풀을 주식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반추위 속에는 풀을 먹는 미생물이 산다.

수십 종의 미생물이 1 제곱센티미터 당 1백만 마리나 살고 있어서 풀로부터 섬유소를 분해해 탄수화물을 추출한다. 그리고 풀의 세포질을 이루고 있는 식물성 단백질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낸다. 미생물 덕분에 초식동물은 풀로부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공급받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식물만으로도 근육이 많은 큰 몸집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 역시 곡류, 콩류, 야채류, 과일류, 견과류, 해조류 등 채식만으로 엄청난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미스터 유니버스의 빌 펄 외에도 많은 보디빌더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다.

초식 동물 중 하나인 말은 꽤 아름다운 동물에 속한다. 말의 잘 발달된 근육은 흡사 보디빌더의 근육처럼 울끈불끈 하다(좌측: 채식으로 전환한 후 몸을 유지해 71년 미스터 유니버스를 재 탈환한 빌 펄).
초식 동물 중 하나인 말은 꽤 아름다운 동물에 속한다. 말의 잘 발달된 근육은 흡사 보디빌더의 근육처럼 울끈불끈 하다(좌측: 채식으로 전환한 후 몸을 유지해 71년 미스터 유니버스를 재 탈환한 빌 펄).

이에 반해 사람은 초식동물에 있는 미생물이 몸 안에 없어 식물의 세포벽에 있는 섬유질을 분해해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어렵다. 한마디로 소화를 시킬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섬유질은 인간에게 이롭다. 왜냐하면 장을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대변과 함께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활발한 장 운동을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곡류, 채소류를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채식은 관상동맥 혈전을 97퍼센트까지 예방할 수 있다.
– 1961년 <미국의학협회지> 중에서

그리고 식물성 단백질은 곡류나 콩류에 들어 있으므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드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부득이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면 식물성 단백질과 더불어 난류나 어류를 가끔 먹게 되면 단백질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어 좋으므로 적절하게 혼용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단백질 공급을 위해 너무 자주 육류를 섭취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육류를 소화시킬 때에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대장 내에 발생한다. 장내에 강산성의 담즙, 특히 디옥시콜릭산(Deoxycholic acid, 사람의 쓸개즙 속에 담즙산의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생성되고 분비돼야만 하는 것이다. 디옥시콜릭산은 장에서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에 의해 강산성물질로 전환되는데 문제는 이것이 대장암 발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장내 디옥시콜릭산의 농도는 예외 없이 채식가보다 육식가들이 높다. 육식가들의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 존 로빈스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중에서

참고로 디옥시콜릭산(deoxycholic acid, DCA)은 대장에서 종양 촉진인자로 알려져 있다. 나는 육류를 잘 먹지 않는다. 좋은 식습관을 갖게 해 준 어머니께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 고기는 생일, 제사나 가족 행사 외에 식탁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 단백질은 주로 콩과 두부, 된장국과 김, 멸치 그리고 잡곡밥을 통해 섭취했으며 일주일에 한두 번 생선과 계란이 식탁에 올랐다. 그리고 별미로 닭의 간과 야채를 섞어 만든 요리로 햄버거를 만들어주시거나 생선과 오징어로 탕수육과 순대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말 그대로 귀한 음식으로 생각하셨던 것이다.

(사진 좌: 2016년 8월 생일 식단으로 미역국에 소고기가 약간 들어가 있다. 우: 2016년 8월 평일 도시락으로 삶은 계란 밑에 삶은 렌틸콩과 대두 그리고 팥이 있다. 두부도 매일 먹는다.)
(사진 좌: 2016년 8월 생일 식단으로 미역국에 소고기가 약간 들어가 있다. 우: 2016년 8월 평일 도시락으로 삶은 계란 밑에 삶은 렌틸콩과 대두 그리고 팥이 있다. 두부도 매일 먹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회식이나 모임이 아닌 다음에는 평소에 붉은 살코기를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 때 닭가슴살과 우유를 많이 먹기도 했으나, 몇 년 전부터 우유는 마시지 않는 대신 순수 발효유로 대체를 했고, 닭가슴살도 일주일에 3조각 이상을 먹지 않는다. 2년 전까지 정기 건강검진에서도 위나 대장은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정기검진을 앞두고 있다.

채식을 권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에서 지은 <채식이 답이다>에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윤성철 교수는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로 ‘동물복지’, ‘축산업의 발전’, ‘환경오염과 전염병 감소’를 들었다. 또한 죽어 생체 에너지는 없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에 박혀 있는 광물질 에너지만 존재하는 고기보다, 사람 몸의 생체 에너지와 공명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가 가득한 야채, 과일 섭취가 건강을 더욱 빛나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가장 자연을 닮은 식사이기 때문에 우리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위한 일이라며 덧붙였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발암물질?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한 말 그대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개국에서 모인 22명의 전문가들이 그동안 축적된 800여 개의 과학 문헌들을 검토한 결과, 붉은 고기의 섭취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근거와 발암 효과를 지지하는 강한 발암기전 근거를 바탕으로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 2A 군으로 분류하였다. 이는 주로 대장암과 연관성이 있었고 또한 췌장암과 전립선암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가공육은 인간에게 대장암을 야기한다는 충분한 근거에 기인하여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였다.

붉은 육류와 가공육은 나라마다 그 섭취가 매우 다양한데,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매일 가공육 50g을 먹으면 대장암의 위험도가 18%까지 증가한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쿠르트 스트라이프(Kurt Straif) 박사는 “개별적인 가공육 섭취로 인한 대장암의 위험도는 작지만, 이 위험도는 소비하는 고기의 양에 따라 증가한다. 가공육을 소비하는 많은 수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암 발생 빈도에 있어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공중 보건에서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최종 평가의 요약은 란셋 종양학(The Lancet Oncology)이라는 의학 잡지에 실렸다.

참고: Carcinogenicity of consumption of red and processed meat – The Lancet 
참고: World Health Organization Says Processed Meat Causes Cancer 
참고: Q&A on the carcinogenicity of the consumption of red meat and processed meat 
참고: 육류가 발암물질이라고?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암이 발생한다는 것과 고기 자체가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관련 내용은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담배나 방사선과 같은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구운 고기와 같이 높은 온도에서 조리된 음식은 담배에서 발견되는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숯불구이 역시 마찬가지).

결국 고기를 굽고, 고기를 먹는 행위는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문제는 잦은 흡연과 육류의 섭취가 당장은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는 것. 서서히 몸을 망가뜨린다는 데 오히려 그 심각성이 있다. 결국 암은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나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몸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한우 홍보대사 계약이 종료됨과 동시에 채식을 선언했던 가수 이효리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그의 저서 <희망의 밥상>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육식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첫째, 인간의 몸은 해부학적으로 많은 양의 고기를 자주 섭취하는 데 적당치 않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장의 길이부터가 다르다. 육식 동물의 장은 짧아서(제 몸길이 정도) 먹이 중에서 소화되지 않은 것도 부패하기 전에 재빨리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초식동물은 식물성 먹이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의 길이가 길다(보통 자기 몸의 네 배 정도). 인간의 장도 길이가 길다. 따라서 육식을 하면 고기 찌꺼기가 장에 너무 오래 머무르게 된다. 다른 측면에서 보아도 인간은 육식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고기를 찢거나 베어내기 적합한 이빨도 없고 발톱도 없다. 마지막으로, 유기농 축산물을 섭취하지 않는 한 육식을 하면 공장식 사육장에서 가축을 사육할 때 사용한 항생제와 호르몬이 사람의 몸까지 오염시킨다.

–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중에서

2011년 11월 22일, 한겨레 21에는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2>에서 ‘육식-끊을 수 없는 남의 살에 대한 욕망’에 대해서 다뤘다.

영양 결핍의 시대에 고기는 영양의 대명사였으나, 오늘날처럼 영양 과잉의 시대에 육식은 외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 의사들은 환자에게 콜레스테롤 얘기를 하며 고기 섭취를 줄이라고 권한다. 육식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중략-
이빨의 모양으로 판단하건대 인간은 원래 잡식동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은 육식을 통해 뇌를 발달시킴으로써 원숭이의 상태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스님이나 채식주의자들이 일절 육식을 하지 않고도 뇌기능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을 보면, 인류 전체가 장기간에 걸쳐 채식을 한다고 해서 진화를 거슬러 다시 원숭이로 퇴화할 것 같지는 않다. 뇌의 크기가 지능을 결정한다면, 지구는 오래전에 흰긴수염고래에게 장악됐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굳이 육식을 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육식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가 크다면, 한 번쯤 육식 없는 식문화를 상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칼럼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인류가 채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크게 네 가지 근거가 있다. 인간의 건강, 동물의 권리, 식량의 배분, 생태의 보존이 그것이다. 채식을 할 경우, 일단 먹는 이의 건강에도 좋고, 불필요하게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며, 가축을 기르는 공간에 농사를 지어 기아를 해결할 수 있고, 가축 분뇨로 인한 수질오염 및 CO₂의 방출로 인한 온실효과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식의 포기로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장 채식으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일 게다.” 칼럼 중 다음과 같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빨의 모양으로 판단하건대 인간은 원래 잡식동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의 식성은 대부분 이빨의 형태로 결정된다. 초식동물인 소나 말은 이빨이 납작한 형태로 되어 있어 풀을 먹기에 적합한 구조다. 반면 육식동물인 사자나 호랑이의 이빨 형태가 뾰족해 풀이나 채소보다는 고기를 먹는 구조에 적합하다. 그러나 고기밖에 먹지 않을 것 같은 사자가 채식을 하면서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건강한 삶을 살았던 사례가 있다. 그 사자는 평생 고기를 먹지 않았다. 바로 채식하는 사자 리틀 타이크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뼈나 육류(건조분말의 형태)를 먹이면 어떻게 될까? 그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 바로 ‘광우병’이다. 이처럼 초식동물인 소가 가지고 있는 이빨의 형태와 맞지 않는 먹이인 육식을 먹이게 되면 소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 소를 사람이 먹었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치아는 채식에 적합한가? 육식에 적합한가?
사람의 치아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의 치아는 총 32개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 20개(20/32=62.5%)…..어금니: 곡물용
  • 8개(8/32/=25%)……….앞니: 채소 과일용
  • 4개(4/32=12.5%)……..송곳니: 육류, 생선, 달걀용

반면에 육식을 하는 사자의 이빨은 거의 대부분 송곳니로 이루어져 있다.

비교해봐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가 있으며, 치아뿐만 아니라 창자의 길이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5년 미국 상원에 ‘영양문제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전 세계 영양 상태와 질병 발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미국인에게서 심근경색, 암, 뇌경색, 비만 등의 질병이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년 후 5,000가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인의 영양 목표로 ‘식생활의 55~60%를 탄수화물로 섭취할 것’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다.

사람 치아 중 어금니가 차지하는 비율 62.5% = 영양 섭취량 중 탄수화물 섭취 권장량 60%

이는 사람의 어금니 수(32분의 20=62.5%)가 곡류를 먹을 때 사용되는 치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치아가 요구하는 먹이 형태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곡류, 채소, 과일, 닭고기, 생선, 탈지유, 식물성 기름’을 잘 섭취하고 ‘우유, 육류, 달걀, 버터, 설탕, 소금, 기름진 음식’은 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치아에 맞는 음식이 건강에 가장 좋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

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 권고문의 영향으로 미국인의 질병 발생은 줄어들었다. 1975년 당시, 인구 10만 명 당 380명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나 최근 250명으로 줄어들어 약 35%가 감소했다. 그리고 G7 국가에서는 모두 암 사망자가 증가했으나 미국에서만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 권고문은 ‘식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한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 육식이 사람에게 안 좋은 것일까?
치아의 모양과 음식의 상관관계는 둘째 치고라도 왜 육식이 그렇게 사람에게 안 좋은 것일까?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말이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내용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생선을 즐겨먹는 사람이 심장병에 잘 안 걸린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원인은 지방에 있다.

지방은 체내에서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지방산에는 ‘포화지방산’‘불포화지방산’이 있는데, 분자구조의 상이함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르다.

위 포화지방산, 아래 불포화지방산
위 포화지방산, 아래 불포화지방산

지방산에 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일수록 심근경색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 포화지방산은 붉은 살코기인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육식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반면 닭고기에는 포화지방산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많으며 특히 껍질 부분은 소고기의 비계보다도 더 많다(열량이 높은 음식으로 삼계탕이 뽑힌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닭고기를 자주 먹어야 한다면 가급적 약간만 먹는 것이 좋다. 단 피부에 좋은 콜라겐은 닭껍질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어쩌다 먹는다면 굳이 껍질을 제거해야 할 필요는 없다. 반면 생선에는 EPA(EicosaPentaenoic Acid)와 DHA(DocosaHexaenoic Acid)라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다. 생선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은 ‘다가불포화지방산(불포화지방산의 이중결합이 2개 이상인 것)’으로 불리며,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요즘 고지방저탄수화물식이 유행인데 단기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를 섭취한다는 것은 오히려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당신의 치아 구조를 떠올려봤으면 한다. 치아 구조만 놓고 봐도 우리는 육식을 통한 고단백과 고지방을 섭취하도록 진화한게 아니니까 말이다. 

공교롭게도 한겨레 칼럼 ‘육식-끊을 수 없는 남의 살에 대한 욕망’ 나간 며칠 뒤,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가슴 통증으로 쓰러졌다는 트윗과 함께 딴지일보에 긴급공지가 뜬 적이 있다.

심근경색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는 오직 고기만 먹기 때문이다. 나는 총수가 하루 종일 어떤 식물성 음식도 섭취하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만 먹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이 경우 억울하게 죽어간 동물들의 원혼이 반격을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 딴지일보 긴급공지 중에서

“육식을 완전히 하지 말자.”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완전한 채식으로 전환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 아니다. 다만 무의식적인 습관에 의해 육류나 가공육을 섭취하는 일은 자제했으면 하는 것과 자연의 것을 먹자는 것이다. 이왕 먹어야 할 고기라면 공장식 가축 환경이 아닌 좋은 환경에서 자라 고통이 배어있지 않은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이 낫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동물 복지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이제는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소를 의미하는 한자 ‘우’에는 ‘희생’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돼지나 닭, 생선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 동물이 사람처럼 대우받기를 원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인간처럼 고통받고 싶지 않은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동물의 희생이 있기에 우리가 얻는 것들이 있음을 이해하고 건강한 공존을 모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가 벗으로서 친근하게 지내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길잡이 삼아 우리가 먹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삶의 구도 안에서 물고기(또는 소, 돼지, 닭)와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그 거리를 정의하는 것을 틈새일까, 계통수일까? 멀고 가까움은 단지 상대적인 것인가? 만약 어느 날 우리 자신보다 더 강력하고 지적인 생명체와 조우했는데, 우리가 물고기를 대하듯이 그 생명체가 우리를 대한다면, 우리는 무슨 근거로 우리를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인가?

–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육식에 집착하는 음식문화로 변하게 된 것일까?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인류의 이동과 그로 인한 단백질 신화의 탄생에 있다. ‘채식하는 사자’와 ‘단백질 신화’는 다음에…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채식해도 괜찮아>


참고: <잡식동물 분투기: 리얼 푸드를 찾아서>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2010)
고: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존 로빈스 지음, 이무열 외 1명 옮김, 아름드리미디어(2000)
참고: <잘못된 식생활이 성인병을 만든다> 미상원영양문제특별위원 엮음, 원태진 옮김, 형성사(2003)
참고: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2명 지음, 김은영 옮김, 사이언스북스(2006)
참고: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 최대 축산업자의 양심 고백> 하워드 F. 리먼 지금, 김이숙 옮김, 문예출판사(2004)
참고: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민음사(2011)
참고: <채식이 답이다: 마음마저 맑아지는 즐거운 채식여행> 베지닥터 엮음, 스토리플래너(2011)
참고: 푸샵 블로그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