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휴식을 제공하는 하품!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하품은 예의 없는 행동? 하품은 유익한 얼굴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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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짧아지는 것을 넘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111년 만에 4월 더위가 찾아온 대구. 4월 기온으로 30도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면서 역시 ‘대프리카’라며 라디오 DJ도 한마디 거든다. 겨울과 봄 사이에 느닷없이 나타난 여름. 이런 계절적 변화에 으레 찾아오는 불청객, 춘곤증! 나른함과 동시에 피로를 쉽게 느끼는 현상으로 계절적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인체의 증상이다. 때문에 여기저기서 하품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 국어사전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하품이 각각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국어사전: 졸리거나 고단하거나 배부르거나 할 때, 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하는 깊은 호흡.

브리태니커: 하품(yawn) 입을 열고 깊이 들이마시는 불수의흡기(不隨意吸氣).

불수의흡기란 의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호흡’이란 뜻이다. 국어사전이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든 하품은 호흡을 의미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 상류사회에서 가장 유용한 재능은 입을 다물고 하품할 줄 아는 것이다.

라고 했다. 1800년대 사람들이 보기에도 하품은 매너 없는 행동으로 보였나 보다. 한국인들도 여럿이 함께 있을 때 하품하는 걸 좋게 보진 않는 듯하다. 그래서 마음 놓고 하지도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입을 최대한 벌리지 않으려고 어정쩡하게 하품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게다가 하품이라는 행동은 –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 지루함, 권태, 피곤을 드러내는 행동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하품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하지 못하는 예의 바르지 못한 행동인가?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딜라이 라마도 나오는 하품은 어쩔 수가 없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딜라이 라마도 나오는 하품은 어쩔 수가 없다.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는 태아도 하품을 한다.
혹,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도 하품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의심이 간다면 ‘태아의 하품’으로 검색해보길 바란다. 인간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품을 한다. 동물들도 하품을 하지만 동물들에게 있어서 하품은 비언어적인 소통의 한 형태로 사람과는 그 기능이 다르다. 열대어의 한 종류는 혼자 있을 때는 좀처럼 하품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다른 물고기들이 주변에 모이면 하품을 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하품을 하는 횟수가 2배로 늘어난다. 사자나 원숭이는 식사시간처럼 하루 일과 중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하품을 자주 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하품이 열을 배출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하품은 매우 단순한 인체의 생리작용으로 처음에 길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으로 시작해서, 유스타키오관(이관: 귀 내부와 외부의 압력을 같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관으로 고막 진동을 쉽게 한다)이 열려 청력이 떨어지는 짧은 호흡정지 상태를 거쳐, 기지개를 켜거나 누선(눈물을 분비하는 외분비선)이 가볍게 자극되어 눈물이 약간 나오면서 짧게 숨을 내쉬는 것으로 끝이 난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중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하품할 때, 대개 전신의 신근(골격을 신전시키는 즉, 펼치게 하는 기능을 갖는 근육) 수축을 수반한다. 입을 크게 벌릴 때 상·하악골 사이에 붙어 있는 교근이 강하게 늘어나고 교근 안의 근방추가 자극되어 신호가 뇌에 전달되며 그로써 뇌의 작용이 활발해진다. 이때 턱 사이의 근육이 늘어나면서 눈 옆쪽에 위치한 ‘누낭(lacrimal sac)’이라는 눈물주머니가 눌리게 되고, 그 안에 있던 눈물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입을 벌리지 않고 하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심으로써 흉강 내의 압력이 저하하여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흐름이 좋아지고 손발의 혈관 수축이 일어난다.

하품은 진정한 휴식을 제공하는 호흡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품은 산소를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한 생리적 수단으로 알아왔다. 그러나 10년간 인간과 동물의 하품에 관해 연구를 한 메릴랜드대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프로빈과 템플대 로널드 베닌저 박사에 의해

하품은 긴장 완화를 위한 생리현상

이라는 것이 1980년대 말에 밝혀졌다(10년간 하품 연구를 하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품이 기지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기지개는 하품을 동반하는 일이 많고, 특히 잠에서 깼을 때 입을 다물고 하품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하품은 안면에 나타나는 국소적인 기재기

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몸은 기지개를 하기 쉽지만 불수의근으로 이루어진 안면근육은 하품을 통해서라도 근육을 늘리려고 하는 생리적 현상이라고도 추론해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인체의 신비란… 이 연구에 따르면 하품은 사람을 포함, 포유동물의 대부분과 조류, 개구리 같은 양서류들도 하며 육식동물이 많이 하고 초식동물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초식동물 중에서도 코뿔소는 기막히게 하품을 잘한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이 더 긴장을 많이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울러 육식동물이 먹는 음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에 피해 쉽게 피로를 유발하는 것에 대해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다.

하품은 긴장을 이완시키려는 인체의 자연적인 생리현상이다.
하품은 긴장을 이완시키려는 인체의 자연적인 생리현상이다.

하품 연구의 결론은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반복된 하품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행위라고 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중요한 시합에 출전을 앞두고 하품을 하며, 낙하산병들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하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의 참호 속 군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삼엄한 상황에서도 하품을 한다. 따라서 하품이 각성을 촉구하는 기능과 더불어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진정 완화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품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리 하품의 과정이 뇌에 산소공급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불면 상태의 자극제가 되기는 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들에 의하여 하악관절, 경부 척추 그리고 각성과 역설수면에 작용하는 부위와 일치하는 뇌간의 한 부분 사이에 기능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품으로 발생하는 육체의 움직임은 반사작용으로써 불면 상태를 자극하는 인체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하품은 일시적인 피로감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품의 전염성과 유용성
하품이 전염성이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학자도 있다. 필라델피아 대학의 심리학자 스티븐 플래텍 교수가 이 현상을 밝혔는데, 결론은 하품이 전염성이 있다는 것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품하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관객들도 연달아 하품하게 된다. 또한 전염성 하품에는 개인 기질의 차이가 있으며 일부러 참으려 할수록 오히려 하품 충동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품의 이런 성질 때문에 인터넷에선 ‘하품 유발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중략)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낸 논문에서 성인 36명의 하품 행동을 관찰하고 뇌를 측정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남의 하품 행동을 따라 하는 전염 하품은 주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자동으로 따라 하는 이른바 ‘메아리 현상’의 일종으로, 사람은 물론이고 개나 침팬지 같은 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맘껏 입 벌려 하품하거나 참으려 애쓰면서 하품하는 것처럼 방식은 달랐지만 (참는다고 해서) 하품의 개인 기질이 바뀌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염성 하품의 개인 기질은 뇌의 일차 운동 피질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 <참을수록 커지는 ‘하품의 충동’> 2017.9.11 한겨레

인터넷에서 유행한 '하품 유발 사진'
인터넷에서 유행한 ‘하품 유발 사진’

특히 이 현상은 가장 많이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민감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하품의 전염효과가 6세 이상 어린이부터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면서 하품하는 이미지를 보고 나면 어김없이 하품을 했다. 정말 전염성이 있는 것 같다. 전염성이 강한 하품도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특히 비행기를 타거나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는 양쪽 귀속 고막에 있는 공기압력이 서로 달라지게 되므로 고막이 한쪽으로 밀려 귀가 먹먹해지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일부러 하품을 크게 하면 유스타키오관이 열려 귀의 이관에 공기가 통하면서 막힌 귀가 뚫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품은 턱관절 탈골의 원인으로 주의할 것!!
하품을 할 때 실제로 턱관절이 빠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주의해야 한다. 하품은 턱관절 탈구의 제1원인이다. 물론 하품보다는 덜하지만 웃기, 토하기, 치아 치료하기 등도 턱관절 탈구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어쨌거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턱관절 탈구의 경험이 있다면 하품을 하며 입을 벌릴 때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끝으로 “차만 타면 하품이 나오고 졸려요!” 라며 버스나 기차를 타면 졸린다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이는 버스나 기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기 때문.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이유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다. 하품은 근육,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며, 피로감을 일부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따라서 하품을 단지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고 인체에 유익한 생리작용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특히 호흡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올바른 호흡법의 하나는 필요할 때 하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참고: <참을수록 커지는 ‘하품의 충동’> 2017.9.11 한겨레
참고: <버스만 타면 ‘꾸벅꾸벅’ 졸리는 이유 있었네!> 2007.4.3 SBS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