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몸에서 뚱뚱한 몸으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 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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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식량이 부족해서 죽었지만, 현재는 도리어 풍요가 사람을 파묻는다. – 루크레티우스(고대 로마 시인이자 철학자, BC99~55년)

현재 유행하는 주요 비감염성 질병들로는 심혈관 질환(심근경색과 뇌졸중과 말초혈관질환), 일반적인 형태의 당뇨병, 일부 형태의 신장병 및 위암과 유방암과 폐암 등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 특히 유럽인과 미국인과 일본인의 90퍼센트는 이런 비전염성 질병들 중 하나로 삶을 마감하겠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다수가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런 비전염성 질병들은 지금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소규모 사회에는 드물거나 전혀 없다. 고대 문헌에서도 이런 질병들 중 일부가 확인되지만, 수세기 전부터 서구 세계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 중에서

모든 생명체는 자기 몸속에 과거를 짊어지고 있다. 진화를 거스를 수 없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모습은 과거의 선조들과 크게 달라졌지만, 우리 몸속에는 선조들의 생물학적 토대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우리 몸속에 부모의 몸이 새겨져 있다. 여는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세상은 유례없이 발달하고 전염병(Communicable Diseases)도 거의 물리쳤지만, 비전염성 질병(Non-Communicable Disease, NCD)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20만 년에 걸쳐 물려받았던 ‘튼튼하고 강인했던 몸’은 채 200년도 되지 않아 가장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다. 뚱뚱해지고 있는 것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능력을 부여해 주기도 하지만, 우리를 속박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인간의 진화와 질병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아주 짧게라도.

최초로 이족 보행을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강인한 몸을 가졌을 것이다.
최초로 이족 보행을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강인한 몸을 가졌을 것이다.

약 400만 년 전 침팬지, 보노보와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생 인류의 모습과는 달랐다(인류의 직계 조상은 2013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의 중간 종족으로 280만 년 전에 살았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을 최초의 이족 보행을 했던, 이 인류의 선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는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들은 혹독한 환경과 부족한 음식물에 대한 경쟁으로 뚱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급성병과 전염병에 시달렸을 것이며, 질병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면서 진화해 왔을 것이다. 이후 수천 년 전 인류는 기아에 허덕이지 않고, 전쟁에서 죽지 않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면서 함께 진화하고 있는 수많은 병원미생물과 싸우는 데 맞춰져 왔을 것이다.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평균 기대 수명은 지난 250년 동안 획기적으로 길어졌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전의 프랑스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약 30세로 구석기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약 80세나 된다. 19세기 말 산업혁명 시기를 거쳐 공중보건과 위생의 변화, 백신과 항생제 같은 의학의 발달에 의해 감염병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1960년대에는 낙관론에 도취되어 질병에 대한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감염병의 명백한 종말에 뒤이어, 감염을 줄이는 데 기여했던 바로 그 요인들, 즉 산업화, 현대화 그리고 경제 성장 등이 원인이 되어 다른 질환들을 불러오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고대 시인 루크레티우스는 예외다.

인류는 선조로부터 물려 받은 강인한 몸을 가장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다.
인류는 선조로부터 물려 받은 강인한 몸을 가장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다.

사람이 해야만 했던 일을 기계가 대체한 산업혁명과 함께 각종 만성병(Chronic Disease)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식량 생산이 증가됨에 따라 한때 얻기 힘들었던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인체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지방을 저장하는 능력도 늘어났다. 없어도 되는 뚱뚱해지는 능력이 늘어난 것이다. 20세기 후반의 기술 혁명은 이 과정을 더욱 촉진시켰다. 대량 생산된 음식물은 우리의 원초적 미각을 만족시키고 또한 조금만 노력해도 쉽게 얻을 수 있어, 인류는 여분의 지방을 저장하는 유전적 능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뚱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 찾았다.
참고: <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2013)
참고: <비만의 진화> 마이클 L. 파워 & 제이 슐킨 지음, 김성훈 옮김, 컬처룩(2014)
참고: <생활습관 의학> 게리 에거 지음, 생활습관의학회 옮김, 범문에듀케이션(2012)
참고: <진화의학의 이해> 피터 글럭맨 외 2명 지음, 김인수 외 6명 옮김, 허원북스(2014)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