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바로미터 근육 1편: 힘센 생쥐와 거대한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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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을 움직이는 사실상 유일한 엔진이었다.”
– 생체공학자 스티븐 보걸Steven Vogel의 《힘의 원천: 근육의 과학과 문화》 중에서

오랜만에 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뼈에 이어 근육! 요즘은 남성들 뿐만 아니라 근육을 만드는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남성처럼 근육이 울끈불끈 해지는 것 아니냐며 꺼려했던 여성들이 많았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차이로 인해 여성이 남성처럼 근육이 커지는 것은 힘들기 때문. 그와는 상관없이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고,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면 근육질의 남성과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를 뽐내거나 눈바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좋은 현상이지만 근육 만들기에 집착해 쓰지 말아야 할 불법적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육을 늘려주는 스테로이드, 근육의 선명도를 위해 지방을 제거하는 에페드린 같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권하는 트레이너들도 있는데 이는 근절돼야 한다(요즘 #약투로 이쪽에서 시끄러운 것 같은데 목숨을 담보로 약물을 사용해 근육을 늘리거나 살을 빼는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자).

근육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와 신화 속 주인공들이 먼저 떠오른다. 역사상 가장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으며, 미스터 유니버스 대회 7회 우승 기록의 소유자인 동시에 영화배우와 주지사로도 명성을 날린 보디빌더 출신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영화 <코만도>에서였고 그의 멋진 근육질 몸매에 반하기도 했었다. 그의 근육질 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한국에서도 개봉한 <코난: 바바리안>, <코난 2: 디스트로이어>. 그에 앞서 <뉴욕의 헤라클레스>에서 헤라클레스 역을 맡기도 했다. <펌핑 아이론>은 그의 보디빌딩 대회 출전기를 다룬 다큐 영화로 엄청난 근육을 볼 수 있다. 함께 근육질을 뽐냈던 <록키>와 <람보>의 주인공 실베스터 스탤론도 있지만 아놀드의 엄청난 근육량에 비할바는 아니다. 80년대 근육질 배우의 대명사였던 두 사람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근육질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좌)와 기네스북에도 오른 보디빌더 출신의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우)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좌)와 기네스북에도 오른 보디빌더 출신의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우)

그리스 신화로 넘어가 보자. 그리스 신화에는 팔과 어깨의 강한 근육에 영감을 받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힘과 근육을 상징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이아페토스의 아들이자 프로메테우스의 형제인 아틀라스Atlas는 올림포스의 신들이 세상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 지상을 쿵쿵 돌아다니는 거대한 신이었다. 티탄 신족과 신들과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제우스는 아틀라스가 티탄 신족 편에서 섰다는 이유로 그에게 그 우람한 어깨와 팔로 지구 서쪽 끝에 서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내린다. 다음으로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인 헤라클레스Hercules. 그는 영리하고 기략이 뛰어났지만, 그 유명한 열두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면으로 근육이 뿜어내는 힘에 의존해야 했다. 오늘날에도 ‘힘든 일’을 묘사할 때 영미권에서는 ‘헤르큘리언Herculean, 큰 힘을 요하는이라는 말을 쓴다.

신문 광고에서는 “이제는 아름답고 단단한 근육”을 약속한다. “수백만의 남자들이 멋진 몸, 여자들이 동경하는 슈퍼 바디를 원한다. 당신은 무스쿨라(가명)로 그렇게 될 수 있다! 무스쿨라에는 근육을 만드는 물질인 L 카르니틴이 들어 있다. 그것으로 당신은 단기간 내에 근육을 엄청난 크기로 키울 수 있다. 당신은 멋져 보이고 해변과 해수욕장에서 인기를 얻을 것이다. 자, 이제 약국에서 무스쿨라를 구입하시라. 그런 강력한 파워는 약국에서 사야 한다. 처방전이 없어도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적 그림, 특히 남성의 팔다리 근육에 관한 다빈치의 연구(여성의 경우에는 그 육체 내부에 더 관심을 보인다)를 관찰한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광고가 지치고 타락한 남성시대의 산물임을 잘 알고 있다. 강력한 ‘근육’을 15세기에는 거의 모든 평범한 남자가 다. 지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근육을 사용하는 육체적 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 오늘날 텔레비전과 잡지에서 계속 선전하는 헬스 도구 없이도, 솔직히 말하면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는 편이 훨씬 더 효과가 있는데 굳이 이런저런 헬스 기구까지 필요하겠는가? –

– 루돌프 셴다의 《욕망하는 몸: 인간의 육체에 관한 100가지 이야기》 중에서

근육 ‘Muscle’의 어원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투시력에다 입에서는 강한 바람도 일으키고 강력한 최면술을 구사한다. 이런 초능력을 이용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용감한 친구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가 있다. 슈퍼맨 이야기일까? 아니다. 슈퍼맨과 같은 힘을 가진 근육질의 생쥐 이야기로 제목은 <마이티 마우스, Mighty Mouse>. 20세기 폭스사의 테리툰 스튜디오에서 제작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80년 MBC에서 <정의의 용사 마이티 마우스>로 방영되었다. 왜 갑자기 근육질의 힘센 생쥐 이야기인가? 근육의 어원에 관해 알아보고자 함인데, 영어로 근육은 Muscle로 Mouse생쥐에서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상력이 풍부한 이가 근육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

근유Muscle은 생쥐Mouse가 어원이다. 마이티 마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생쥐일 것이다. (이미지: 마이티 마우스)
근유Muscle은 생쥐Mouse가 어원이다. 마이티 마우스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생쥐일 것이다. (이미지: 마이티 마우스)

근육이 왜 생쥐와 연관되는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잠시 주먹을 쥐고 팔꿈치를 고정한 채 팔을 굽혀보라. 그러면 소위 말하는 ‘알통’인 위팔두갈래근이 불룩 솟아오를 것이다. 팔을 굽혔다 폈다 함에 따라 알통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피부 아래 근육 속에 생쥐가 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카펫 밑에서 쥐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까? 우리말에는 근육과 생쥐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밤에 자다가 갑자기 근육의 고통스러운 불수의적 수축, 즉 근육 경련Cramp이 있을 때 “쥐가 났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를 보면 근육이라는 말 하나로도 동서양이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어로 ‘Mys’라는 말은 생쥐와 근육이라는 두 개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미오신Myosin, 미오로지Myology, 근육학, 미오글로빈Myoglobin, 근육의 색소 단백질, 미오카르디움Myocardium, 심장근육 등의 단어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라틴어도 이와 비슷한데, 보통 쥐를 ‘Mus’라 하고 작은 쥐를 ‘Musculus무스쿨라라 하여 구별하고 있다. 참고 예문에 나온 Musculus는 근육이라는 뜻도 있다. 생물에 학명을 붙여 표기하는 방법을 고안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는 위의 두 가지를 속명과 종명으로 써서 집쥐를 ‘Mus musculus’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근육의 한자어인 筋肉은 힘줄 근筋과 고기 육肉이 더해진 단어다. 여기에서 힘줄 근은 대나무 죽竹에 고기 육肉과 힘 력力이 결합된 단어인데, 힘줄은 대나무처럼 단단하고 질기기 때문이다(힘줄은 근육보다 더 강하다). 근육의 순우리말은 ‘힘살’이다.

거대한 근육세포
사람의 몸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체지방 비율을 측정해본 사람은 자신의 몸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젊은 남성의 경우 약 45%, 여성은 36%이다. 비교적 큰 신체 장기에 속하는 간은 무게가 1.2~1.3kg 정도지만, 근육은 체중이 70kg인 남성의 경우 약 30kg 정도 나간다. 체중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므로 근육이 몸에서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600개 이상의 근육이 있고 정상 남성의 근육은 약 640여 개가 있으며, 크기는 작지만 여성도 비슷한 개수의 근육이 있다. 이처럼 많은 근육이지만 실은 각각 분리된 기관, 즉 특정 기능을 가진 두 가지 이상의 종류로 구성된 구조이다. 근육은 모양, 크기, 설계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얼굴에 있는 작고 리본처럼 생긴 근육들은 수백 개의 근육세포를 포함하지만, 종아리 근육이나 엉덩이 근육은 각각 수천 개의 근육세포로 되어 있다.

근육은 매우 정교한 기하학적 구조를 하고 있으며, 전기적 신호에 따라 움직임이 가능하다. 근육의 중요한 구조를 이루면서 기능적 단위인 근육세포를 ‘근육섬유Muscle Fiber라고 부른다. 앞선 글 <몸은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서 모든 진핵세포 안에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운동단백질이 있으며 이 둘이 결합해 운동성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근육섬유가 수축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것은 근육섬유 속에 운동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골격근에서 약 250개의 미오신 분자들은 서로 결합하여 굵은 필라멘트Thick Filament를 형성한다. 액틴은 근육세포의 가는 필라멘트Thin Filament를 구성한다.

근육의 구조(이미지 출처: 구글)
근육의 구조(이미지 출처: 구글)

액틴과 미오신은 지네 다리가 실을 붙잡고 있듯이 교차다리Crossbridge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이 지네 다리가 움직이면 액틴과 미오신이 엇갈려 미끄러지고, 그 결과 근육섬유 전체 길이가 변한다. 이때 근육의 길이를 감지하는 것은 고유감각수용기Proprioceptor 중 하나인 근육방추Muscle Spindle가 담당한다. 근육방추는 근육 1g이 1/1000nm 늘어나는데 필요한 힘, 즉 장력에 반응한다. 따라서 인간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기관 중의 하나가 바로 근육방추이다. 이에 반해 근육이 수축할 때 힘줄에 걸리는 장력을 감지하는 것은 골지힘줄기관Golgi Tendon Organ이다. 근육을 상하게 할 과도한 수축을 막아준다.

근육섬유는 발생 과정에서 다수의 세포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여러 개의 핵을 갖고 있는 융합체인데 그 길이는 몇 mm의 털세움근(혹은 귓속의 등자근)이나 인체에서 가장 긴 30cm 정도 길이의 넙다리빗근이 있다. 직경은 약 20~120μm까지 다양하며, 액틴과 미오신의 복합체로 구성된 1000~2000개 이상의 근원섬유Myofibril를 포함하고 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골격근에서 하나의 근섬유는 근육 전체의 길이에 걸쳐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세포와 비교했을 때 거대한 세포인 것이다. 이처럼 근육의 기계적 구조는 대단히 정교하며 오직 자극에 반응하여 수축한다. 이미 근육보다 복잡한 심장이나 신장 같은 인공장기는 만들어졌지만 인공근육을 만들기 힘든 이유는 구조가 정교하기 때문이다. 여러 인공근육이 만들어졌지만 2018년 6월 국내 연구팀(이현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사와 안성훈 교수팀)이 나노기술을 이용해 인체 근육보다 빠르고 강한 인공 근육섬유를 개발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 <힘의 원천: 근육의 과학과 문화> 스티븐 보걸 지음 | 한국동물학회 옮김 | 전파과학사(2008)
참고: <욕망하는 몸: 인간의 육체에 관한100가지 이야기> 루돌프 셴다 지음 |  박계수 옮김 | 뿌리와이파리(2007)
참고: <아담의 배꼽: 인체의 자연사와 문화사> 마이클 심스 지음 | 곽영미 옮김 | 이레 (2007)
참고: <움직임 가이드북: 움직임을 위한 몸 제작 이야기> Andrew Biel 지음 | 이문규 외 옮김 | 범문에듀케이션(2017)
참고: <인체 생리학 5판> 디 언그로브 실버톤Dee Unglaub Silverthorn 지음 | 고영규 외 13명 옮김 | 라이프사이언스(2011)
참고: <인체 완전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2판> 앨리스 로버츠Alice Roberts 지음 | 박경한 & 권기호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2012)
참고: <통증유발점과 근육의 연쇄기능> 필립 리히터, 에릭 헤브겐 지음 | 배종현 옮김 | 군자출판사2008)
참고: “힘 두 배” 진짜 근육 능가하는 인공 근육 나온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