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가위눌림[수면 마비] & 수면 섹스는 축복일까? 형벌일까?

수면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일, 수면 마비와 수면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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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수면 중 가위눌림. 나도 고교시절 한 두 번 정도는 자다가 가위눌림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경험한 적이 없다. 귀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흔치 않은 사례지만 수면 중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오늘은 가위눌림수면 섹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공포의 가위눌림? 수면 마비


가위눌림에서 ‘가위’의 사전적 의미는 (종이를 자르는 등의 도구가 아닌) “무서운 내용의 또는 꿈에 나타나는 무서운 것”이다. ‘가위눌리다’는 “자다가 무서운 꿈에 질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다”는 뜻이다. 사실 무서운 꿈을 꾸면 몸이 얼어붙을 수 있다. 꿈속이라도 귀신을 피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고 있는데 제자리면 공포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가위에 눌리는 꿈이라고 해서 다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위눌림은 의학 용어로 ‘수면 마비(Sleep Paralysis)’로 부른다. 수면 마비는 잠이 얕고, 근육이 이완되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렘(REM, Rapid-Eye-Movement)수면 시 발생하며, 의식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다. 수면 마비는 급격히 시작되어 1~4분 정도 지속하고, 급격히 또는 서서히 끝나게 된다. 이때 어떤 소리를 듣거나 몸을 누군가 만지면 수면 마비에서 쉽게 벗어난다. 

수면 및 각성, 두 상태가 서로 전환되는 시점, 즉 잠이 들 때 또는 수면에서 깰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전신 마비 현상을 말한다. 수면마비가 발현되면 그 기간 동안 의식은 유지되면서 팔다리를 움직이려 해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또한 호흡은 정상이나 마치 호흡곤란으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극도의 공포감이 유발된다. 또한 수면 마비 동안에 환시나 환청 같은 환각 증상 및 누군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등이 흔하게 동반된다.

수면 마비는 기면증(narcolepsy) 또는 정신과적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질환 없이 단독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단독성 수면 마비라고 하는데, 일반인에서 흔히 발현할 수 있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일반 학생 중 40% 정도가 한 번 이상 경험한 적이 있다고 조사되었다.

– <단독성 수면마비 2예>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 임영민, 이상암 | 대한신경과학회지 20(4): 401~403, 2002 

일반적으로 다른 장애와 관련되지 않고 다른 증상과 동반되지 않으면서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인구의 15~40%에서, 특히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일생에 한 번 혹은 몇 번 겪을 수 있다. 만성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위에 눌린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상당히 무섭다.

의식은 있는데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으니 큰일이 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귀신이나 악령이 몸을 누르는 것으로 생각했다(귀신의 장난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경우가 정말 없는 걸까?).

'The Nightmare(악몽)' - 헨리 푸셀리(Henry Fuseli), 1781년작 | 수면마비를 묘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The Nightmare(악몽)’ – 헨리 푸셀리(Henry Fuseli), 1781년작. 수면 마비를 묘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렘수면 상태가 되면 근육이 이완된다.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잠은 깊지 않다. 가위눌림은 갓 잠이 들었을 때나 새벽녘에 많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때에는 잠에서 깨기 쉽다. 그러나 렘수면일 때이므로 몸은 자고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다. 이때 잠이 깨면 가위에 눌리게 되는 것이다.

가위눌림은 귀신이 아닌 꿈의 영향


귀신 나타나 몸을 눌렀다는 사람도 있는데, 꿈의 영향일 수 있다. 렘수면일 때는 꿈을 꾸기 쉽기 때문이다. 무서운 꿈을 꾸고 때마침 잠에서 깼는데 수면 마비까지 와서, 귀신이 몸을 누르고 있었던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렘수면 때는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도 늘어난다. 당연히 가슴도 두근거릴 테고, 이것이 공포감을 더욱 증가시켰을 것이다.

가위눌림은 어쩌다 경험하는 것으로, 가위눌림 자체를 막을 방법은 특별히 없다. 만약 바로 잠이 들었을 때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사람은 렘수면이 바로 찾아온다는 뜻이다. 보통 수면은 비렘수면부터 들어가기 때문에 렘수면이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수면 리듬이 약간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체 리듬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불규칙한 생활습관 때문일 수 있으니, 바로 잡으면 가위눌림을 피할 수 있다(참고: <수면부족 같은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벌어지는 무서운 일>).

아무튼 가위눌림, 즉 수면 마비는 무서운 현상이 아니다. 가위에 눌렸다 해도 초조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있다 보면 그사이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처음 겪으면 당황하겠지만)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면 마비 현상은 렘수면 시 운동 근육의 마비를 조절하는 기전의 미세구조 변화나 신경면역학적 기능부전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면 마비가 생기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불규칙한 생활·수면 부족·과로 같은 생활습관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도한 음주나 수면제 등의 약물 과다 복용 등의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기면증·양극성 장애·뇌전증 등의 정신질환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부분 규칙적으로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정신 질환 있다면 이를 치료하면 가위눌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사건 수면 | 수면 섹스! 좋은 현상인가? 아니면 끔찍한 형벌인가?


내 몸이 알고 싶다‘ 편을 포스팅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수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사건 중에서 ‘수면 섹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1996년 이후에야 겨우 연구가 시작되어 관련 문헌이 많지 않다. 심지어 미국 수면의학회는 2005년까지도 수면 섹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자면서 어떻게 섹스를 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이내 궁금증은 풀렸다. 과연 ‘수면 섹스(Sexsomnia)’는 어떤 현상일까? 섹스라고 하니 좋은 것일까? 아니면 괴로운 형벌일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수면 장애 중에 ‘사건 수면(Parasomnias)’이라는 것이 있다. 사건 수면은 몽유병, 밤 공포증, 악몽, 야뇨증, 폭식 발작, 수면 섹스 같은 수면 질환을 뜻한다. 수면장애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평균 이상으로 빈번하게 겪을 수 있다. 

사건 수면(Parasomnias)은 몽유병, 밤공포증, 악몽, 야뇨증, 폭식발작, 수면섹스 같은 수면 질환을 뜻한다.
사건 수면(Parasomnias)은 몽유병, 밤 공포증, 악몽, 야뇨증, 폭식 발작, 수면 섹스 같은 수면 질환을 뜻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우리 몸은 근육을 일종의 절전모드에 둔다. 꿈을 꿀 때 근육은 완전히 이완되고, 눈만 빠르게 움직인다. (앞서 수면 마비에서 얘기한) 이 수면 단계를 ‘렘(REM, Rapid-Eye-Movement)수면’이라고 부른다. 렘수면은 잠자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이런 보호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잠을 자는 동안, 마치 좀비처럼 침대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와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살인 혹은 섹스를 하는 중이라면, 우리는 그리고 상대방은 위험에 처한다. 때때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이는 수면장애를 넘어 질환이다.

렘수면 단계 이외에 우리는 숙면 단계에 들어가고 아무 꿈도 꾸지 않지만, 생각과 근육은 그대로다. 그래서 몽유병 환자가 움직이고, 걷고, 옷을 입고, 창문을 열고, 화장실에 갈 수 있으며, 심지어 운전도 할 수 있다. 비록 뇌는 아직 자고 있더라도 눈을 뜰 수 있다. 그러니까 정신을 지배하는 능력이 전혀 없고 나중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몽유병과 유사한 수면 섹스 역시 꿈을 꾸지 않는 숙면 단계, 즉 논렘(NREM)수면 혹은 비렘수면 단계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야한 꿈을 실행하는 게 아니다.

배우자의 설명과 수면 실험실의 관찰에서 드러나듯이, 환자는 밤에 자위를 하고, 감자칩을 먹어치우고, 배우자와 섹스를 하지만 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수면 섹스 환자는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불평했고, 아내는 화를 내며 “어차피 밤마다 섹스를 했다”고 알렸다. 그렇게 수면 섹스 질환이 비로소 밝혀졌다.


– 앨 아들러의 <은밀한 몸> 중에서

수면 섹스 환자는 정상적인 섹스 때와 달리 수면 섹스 시 거칠고 폭력적인 섹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신체적·심리적으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환자의 배우자나 파트너는 열상을 입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수면 섹스 환자는 다음 날 상대방으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몹시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을 못 하는 것은 창피해서 대는 핑계가 아니다. 뇌전류측정이 수면 중임을 명확히 증명하기 때문이다. 수면 섹스 질환은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목격된다. 그러므로 코골이 방지장치나 호흡 마스크 치료가 수면 섹스 질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창피함으로 대부분이 침묵하기 때문에 이런 질병은 비교적 연구가 덜 되었고, 관련 문헌도 많지 않다. 오랫동안 혼자만 괴로워하던 사람이 의사로부터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얘기를 듣거나,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을 만나면 안도하고 심적 부담을 던다.

그러니 배우자 혹은 사랑하는 이는 용기를 내서 얘기를 하고 함께 수면 관련 전문의를 만나길 바란다. 만약 당사자가 수긍하지 못한다면 IT 기기를 활용해 녹화해서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녹화 동의는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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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단독성 수면마비 2예>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 임영민, 이상암 | 대한신경과학회지 20(4): 401~403, 2002
참고: <뇌력사전 – 뇌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나카하라 히데오미 지음 | 홍성민  옮김 | 김종성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2003)
참고: <‘수면마비 증상’, 무엇이 문제인걸까?> 메디컬뉴스 메디컴, 2019.10.17
참고: <수면 장애 : 사건 수면> 대한수면연구학회
참고: <은밀한 몸: 물어보기도 민망한 은밀한 궁금증> 옐 아들러 지음 | 배명자 옮김 | 북레시피(2019) | 전자책
참고: <희귀한 몽유병 ‘수면 섹스’> 중앙일보, 2007. 6.23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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