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6 | 우울증 늪에서 벗어나다

우울증으로 망가진 뇌와 스트레스 시스템

0
137

내가 2년의 우울증을 겪으면서 죽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고, 살아내고 있는 건 어떻게든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걸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나를 설득해 운동하러 헬스장에 갔기 때문이다(물론 당시 늪에 완전히 빠져들기 직전 내 손을 잡아 준 고마운 이가 있었다). 

밖에 나가 걷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하지만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사투를 벌여야 한다. 하물며 밖으로 나가는 건 더 힘든 일이다. 이건 마치 몸의 반이 늪에 빠진 것 같은 상황이다. 자력으로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발버둥 칠수록 점점 빠져든다. (근섬유통, 만성피로, 불면증과 같이) 우울증도 결려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극심한 피로와 14시간의 과수면이 시작되었을 때 17년간 운동을 해오고 있었다. 우울증을 자각했을 때엔 27년째 운동을 해오고 있었다. 운동이 습관이 되어 내 몸에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누적되어온 스트레스는 뇌와 호르몬에 변화를 일으켰고, 결국 우울증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되면 인체 자동화 시스템도 망가진다(당신의 스마트폰과 PC에 블루 스크린이 뜨면 어떻게 되나?). 이불 밖으로 나오는 간단한 일조차 어려워진다. 하물며 헬스장에서 운동이라니… 내 안의 또 다른 생각을 하는 나와 꽤 많은 사투를 벌여야 했다. 피로와 통증 그 싸움에서 지게 만드는 복병이기도 했다.

우울증으로 망가진 뇌와 스트레스 시스템


많은 연구가 우울증 환자의 뇌는 신경생물학적 기능들이 손상된 것을 증명한다. 특히 위험하거나 힘겨운 상황에 대한 반응을 담당하는 ‘투쟁 또는 도망’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시스템(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손상된다. 생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끔찍한 사고를 한 번이라도 겪으면 기억이나 정서와 관련된 뇌의 해마상 융기에 새로 생성된 뉴런의 3분의 2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울증으로 손상된 뇌
우울증으로 손상된 뇌 [이미지 출처: 스탠퍼드 메디슨]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뉴런 성장을 억제해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 실험을 통해 손상이 단시간 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스트레스가 넘치지 않도록 알아채고, 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힘을 앗아간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인 것이다. 오직 긍정적 생각만 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건 더 위험하다. 사람은 희망을 그리는 상상과 긍정적 생각을 해야 버틸 수 있고, 살아낼 수 있다.

앞으로 다루겠지만 동양의학은

마음의 병은 몸으로 고친다

는 발상이 있다.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식을 먹으면 몸은 회복하기 시작해 의욕과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회복력이 복원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몸과 마음을 먼저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야 해결할 힘이 생기고,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치유할 수 있다. 올바르게 치유한다면, 우울증이 생기기 전과 같은 균형 잡힌 기분을 되찾을 수 있다. 풀 수 없을 것 같던 문제들이 단번에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마음이 다시 홀가분해진다. 트라우마를 겪는 남자와 우울증을 앓는 여자가 한 줄기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왓챠에 남겼던 코멘트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남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자. 두 사람의 꼬여버린 마음의 스텝은 마침내 완성된 춤으로 치유된다.

 

– 5년 전 왓챠에 남겼던 코멘트 

과정이 험난했지만, 두 사람은 만났고 열심히 춤을 연습했다. 결국,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은,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극복하기에 최상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고마워요! 우울증


나와 내 삶에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고
신선함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나를, 삶을 재건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를 살려내야 삶도 살아진다.
내가 나아져야 삶도 나아진다.

스트레스 학자들을 통해 배운 것은 우울증은 움직이고, 좋은 음식을 먹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좋은 치유책은 없다고 한다. 극심한 우울증이라면 어느 정도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복력을 복원하려는 노력 없이 약에만 의존하면 더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불면증과 우울증 약이 왜 자살을 부르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동양의 동양의학과 서양의 생활습관의학에서 배운 것은 (우울증, 아토피, 고혈압 등), 만성적인 질환을 치유하려면 ‘궁극적으로 일상을 재배치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더욱 그렇다. 매일 걷고, 어떻게든 운동을 했던 것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의 늪에서 빠져나온 것은 내게 손 내밀어준 사람 덕분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준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살아서 이 글을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마음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기라도 하듯, 우울증은 재발하기 쉽다. 올해 초부터 다시 가벼운 우울증으로 부정적 생각이 나를 채우고, 피로와 통증이 있었지만 다행히 길지는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마음이 평온하다. 올해부터 행복이 아닌 마음의 평온을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 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차 한잔 대접하고 고이 보낸다.

매일 아침 걸으면서 따스한 햇빛을 보고, 들리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 바다를 보러 가고,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본다.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해가 점점 짧아져 햇빛을 보기 위해 점심을 먹은 후 걷는다. 대요근 때문에 줄어든 근력을 회복하기 위해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10월에 방문했던 강릉 바닷가.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10월에 방문했던 강릉 바닷가.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미지 출처: 푸샵]

무엇보다 상상의 힘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해서 했던 실패들을 딛고 다시 도전하고 있다. 두려움 너머에 안전지대가 있다는 믿음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과 반복되는 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제2의 인생을 향해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것이 내 속도라는 걸 받아들인다.

내 인생에 일어났던 상처가 되는 모든 일이 나의 궁극적 목표를 향할 수 있도록 벌어졌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도 중요하지만, 잠자리에 들 때 평온할 수 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는 용기.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 현실에 내 상상력이 통제당하지 않을 용기.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신선함으로 채울 수 있도록 알려준 우울증, 고마워요.

■ <나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 다음 연재 글
[심플 운동]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심플 운동] 나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
[심플 운동] #살아있다 하여 비울 것! 그리고 채울 것!
[심플 운동] 살아있음의 무게를 알아채지 못하는 우리
[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1 | 피로 때문에 좀비가 되다
[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2 | 통증이 온몸을 공격하다
[운동 안내서] 운동을 안내하다
[운동 안내서] 삶을 변화시키는 힘! 운동이란 무엇인가?
[완벽한 몸만들기] 17년 만에 다시 쓰는 몸만들기와 운동 이야기
[완벽한 몸만들기] 몸만들기와 모든 운동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사항들

참고: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2
참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마음의 병 23가지: 숨 막히는 영혼의 그림자를 상쾌하게 걷어내는 법> 보르빈 반델로 지음 | 김태희 옮김 | 교양인(2011)
참고: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지음 | 그린비(2011)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