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3 | 잠을 잃어버리다, 불면증

만성적인 불면증은 망상과 자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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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앓는 것. 잠은 16시간마다 그 고통을 누그러뜨린다.
– 프랑스 소설가 샹플뢰리(Jules Fleury Husson, 1821-1889)

극심한 피로, 14시간의 과다 수면(과수면증), 온몸을 공격하는 근육 통증에 이어 찾아온 불청객은

‘불면증(Insomnia)’

이었다. 그때까지 불면증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떠올려본 적 없던 나는 처음으로 불면증과 마주하게 됐다. 누구나 1년에 몇 차례 정도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이 있다. 자려고 누웠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새벽을 향한다. 혹은 낮에 섭취한 카페인 제품들이 평상시보다 많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불면은 다음 날 약간의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안겨준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걸 싫어했다. 공부 양이 부족해도 12시가 되면 그냥 잤다. 물론 어쩔 수 없을 땐 새벽까지 버틴 적도 있었지만, 잠을 줄이는 건 달갑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1999년 가을, 인터넷 헬스 사업을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이후엔 콘텐츠 작업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게 일상이었다. 피로는 전혀 못 느꼈다. 성공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기에 미래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으로 새벽까지 잠 못 이룰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다음 날은 쌩쌩하게 일을 했다. 

나쁜 기억과 함께 좀비로 변하게 하는, 불면증


학창시절부터 수면 패턴은 일정했다. 10시쯤 자서 새벽 6시면 일어났다. 일어나면 보통은 조깅을 했다. 31년 동안 일어나고 잠드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14시간의 과다 수면은 아침에 일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경험이다.

두 달간 하루 14시간의 과수면증을 경험했으니, 정반대의 경험도 해보라는 삶의 의도였을까? 불면증의 서막, 잠을 잃어버린 것이다. 삶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다 계획이 있던 거다. 한쪽만 경험해보지 말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식욕, 수면욕, 성욕 중 가장 강력한 게 뭘까? 식욕과 수면욕이다. 섹스를 몇 년 못한다고 해서 죽진 않는다. 행복 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져 조금 우울해질 순 있겠지만. 그런데 아무것도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면 일주일 후엔 저세상 사람이 될 수 있다.

해병수색대 훈련 중엔 ‘지옥주’가 있다. 1주일간 식사량도 제한하고, 취침도 1일 1시간으로 제한하면서 고강도 훈련을 한다. 추위, 배고픔, 졸음, 공포 등 인간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열악한 환경과 고통을 체험한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니까. 네이비씰의 경우 지옥주 훈련 때 80%가 퇴교한다고 한다. 잠을 못 자는 고통은 그런 것이다.

불면증과 사투를 벌이던 어느 날, 해병 훈련소에서 수색대대원을 차출하러 왔을 때 지원을 했으나 탈락했던 일이 떠올랐다. 불면증을 겪어보니 차출당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 제프 월(Jeff Wall)의 <불면증, Insomnia> (1994)
예술가 제프 월(Jeff Wall)의 <불면증, Insomnia> (1994) [이미지 출처: 구글]

내 의자와 상관없이 자고 싶어도, 아니 자려고 발버둥을 쳐도 동이 틀 때까지 잠 못 자는 상황을 오랜 기간 겪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세상에 불면증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 잠에 들기 위해 몸을 이리 저리 뒤척이는 건 고문에 가깝다. 잠 못드는 것도 고통이지만 불면증은 온갖 종류의 생각을 안겨준다. 문제는 좋은 생각보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 그런 생각 중에는 나쁜 기억과 불안한 생각이 대부분이다(불면증과 나쁜 기억에 관련된 연구 논문들도 있다).

기필코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나쁜 기억이 한대 뒤엉켜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불면증은 일상을, 행복을 빼앗아가고 고통을 안겨준다. (불면증을 겪을 당시 나도 그런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때문에 만성적 불면증은 근육 피로와 사리분별의 불분명, 착각, 환시, 환각을 경험하며, 심하면 망상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썸니아>에서 주인공은 6일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다, 결국 동료 오인사격해 사망케 한다)

잠깐, 내가 느낀 14시간의 과수면증과 1~2시간밖에 못 자는 불면증을 비교하면 이렇다. 과수면증은 허탈감, 무기력감, 극심한 피로를 남긴다. 반면 불면증은 괴롭고, 불안하며, 멍한 상태를 안긴다. 공통점은 어쨌든 좀비가 된다는 것. 동트기 전 한 두시간 잠들었다 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낮에는 비몽사몽 상태의 좀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속도로 운전을 하기라도 하면… 상상하기 싫다.

내일이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일주일 만에 수면제 처방을 받으러 자주 다녔던 통증의학과에 갔다.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올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수면제였다(졸피뎀으로 기억한다). 안타깝지만 수면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잠은 선잠 자듯이 자야 했고, 오히려 낮의 몸 상태를 더욱더 멍한 상태로 만들었다. “수면제 효과가 있다는 사람들은 뭘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리기 위해 햇빛 보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그리고 당시 국내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아 판매되지 않던 시차 적응용 ‘멜라토닌’ 제품을 아마존을 통해서 샀다. 물론 관련 자료와 책을 뒤져 공부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멜라토닌을 복용한 날부터 불면증은 사라졌다. 30여 일 만에 잃어버린 잠을 되찾았다. 8시간의 잠은 나를 좀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잠자는 좀비’가 되다 | 불면증과는 다른 수면 장애


약 한 달간의 불면증을 경험한 후 6년이 흐른 2009년 즈음 수면과 관련한 세 번째 사건을 경험했다. 평일은 정상적인 생활 패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피로와 근육통증이 잠잠하던 시기였다. 6시 기상, 10시 취침. 그런데 갑자기 주말만 되면 ‘잠자는 좀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겨우 눈을 뜬다. 아침을 먹는다. 먹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든다. 점심 즈음 눈이 떠진다. 점심을 먹는다. 또 쓰러져 잠든다. 저녁 즈음 깨어난다. 저녁을 먹는다. 먹자마자 또 쓰러져 잠든다.

1일 14시간 과수면증과는 다른 형태의 과수면증이었다. 일요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참 신기하게도 월요일이 되면 멀쩡하게 좀비에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금요일까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다시 주말이 되면 스무 시간을 자는 좀비가 된다. 그렇게 두 달여가 지나서야 잠자는 좀비에서 벗어났다.

불면증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코르티솔 호르몬이 아침에 우리 몸을 깨울 때 가장 높다. 당연히 잠잘 시간이 되면 코르티솔 호르몬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당연히 줄어야 할 코르티솔 호르몬이 아침처럼 높아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 들면 몸은 여전히 아침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멜라토닌 양은 한밤 중에 최고에 도달하고, 코르티솔 양은 가장 낮다. 호르몬의 이런 조합을 통해 몸은 밤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면증은 휴식을 앗아간다. 참고: <몸의 음악, 생체리듬이 곧 삶의 리듬이다>) 

과수면증은 일상을 앗아간다.
과수면증은 일상을 앗아가고, 잠자는 좀비가 된다. [이미지 출처: 구글]

가벼운 불면과 피로 – 2020.1.15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밤 11시 15분쯤 된다) 12시 10분경에 누웠는데 잠 잘 오지 않았다. 뒤척이다 새벽 1시쯤 잠든 듯하다. 기상이 어렵다. 6시 30분에 일어났지만,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다. 7시 반쯤 눈을 뜨긴 했지만 역시 다시 잠…  최종 기상은 8시 10분경. 목 근육은 뻣뻣한 상태고, 여기저기 결리는 느낌이 든다. 피로는 쉽게 가시지 않을 듯했다. 결국 오전은 그냥 휴식을 취했다.

 

이번 주는 하루걸러 불면의 밤이다. 다행히 심하진 않다. 점심 먹고 햇볕을 쬐기 위해 산책을 했다. 멜라토닌을 다시 주문해야 할까? 코르티솔 완화 기능식품이 오고 있는데,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로야 가라. 제발!

■ <나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 다음 연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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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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