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2 | 통증이 온몸을 공격하다

살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바로 통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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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것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통증이다.
– 멜러니 선스트럼(Melanie Thernstrom)의 <통증 연대기> 중에서

몸에 새겨진 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남자들의 몸만들기> 출판 이후 방송국 출연 요청이 종종 있었다. 2004년 7월경, 몸짱 관련 주제로 SBS 라디오 방송 출연이 3회가량 잡혔다.

 

출연 당일 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목 주위 근육이 갑작스럽게 뻣뻣해지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목에 있는 모든 근육이 마치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날이 잘 선 검으로 순식간에 내 목을 베고 싶다는 것이었다. 통증이 심할 때는 아픈 근육들을 다 도려내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통증이 주는 고통에서 해방될 것 같았다.

꼬박 두 달,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지 못한 채 꼼짝없이 매일 14시간 잠에 취해야 했다. 겨우 일어났다 하더라도 극심한 피로에 온종일 시달려야 했다. 생존해 있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좀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의학적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양한방 의사는 원인에 대해 딱히 해줄 말이 없는 듯했다.

통증이 내 온몸을 공격하다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피로를 느끼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내 의지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던 14시간의 긴 수면도 8~9시간으로 줄었다. 정오가 아닌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뻐할 겨를도 잠시 이번엔

통증이 내 온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한방에서 담, 양방에서 근막통증이라 부르는) 근육통인 줄 알았다. 담이나 근막통증은 누구나 한 번씩 겪는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 부위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몸속 근육을 차례대로 파괴하는 것 같았다.

통증이 내 온몸의 근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통증이 내 온몸의 근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에 처음으로 발생한 대요근 통증으로 인한 한의원 치료. [이미지 출처: 구글 & 푸샵]

(이미지 좌측은 압통점이 표시된 것이다. 표시된 부위는 다 통증을 느꼈었다) 인체의 근육은 무려 640여 개(320쌍)에 이른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표재 근육(superficial muscle)만 해도 수십 개다. 오늘은 이 근육, 며칠 지나면 다른 근육이 마치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통증을 일으켰다. 온종일 근육 통증을 느끼며 생활한다는 건 참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때로 근육 통증은 몸의 동작을 제한시키기도 한다.

근섬유통 증후군이 심각한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다. 내가 상담했던 사람 중에도 휴학계를 내거나, 집에서 쉬는 사람도 있었다. 2013년 1월 5일 방영된 443회 생로병사의 주제는 <원인 모를 통증: 섬유근육통>이었다. 

환자 중에는 10년째 섬유근육통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 치료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고, 심할 때는 1시간도 잠들기 힘들다고 했었다. 좀 다르지만, 복합부위 통증(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도 통증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힘들다. ‘근황올림픽’에 출연한 임창정의 뮤직비디오 ‘소주 한잔’의 주인공이었던 강성미 씨도 CRPS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경우다.   

근육 긴장에 의한 두통, 목과 등 근육들의 결림 증상, 음식을 먹거나 입을 벌릴 때마다 턱관절에 오는 심한 통증인 턱관절 증후군(TMJ), 걸을 때마다 힘들게 한 뒤꿈치와 발바닥 통증인 족저근막염과 종골통, 손목과 팔꿈치 통증인 수근관터널 증후군과 내외측 상과염, 엉덩이 통증 꼬리뼈 통증은 하루 종을 글을 써야 했던 당시, 꽤 나를 괴롭히는 통증에 속했다.

복근 전체와 엉덩이 근육, 허리 쪽 근육들이 통증을 일으키면,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정형외과에서는 이를 급성 요추염좌라 부른다. 앉았다 일어서면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느껴지는 짧지만 극심한 무릎 통증인 거위발염. 오십견으로 오해받는 삼각근 또는 이두근 경직에 의한 어깨 통증. 광배근과 대흉근, 승모근, 능형근 등의 통증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장 심했던 ‘대요근’ 경직에 의한 통증


올해 처음 겪은 대요근의 통증은 가장 심하고 길게 경험했던 통증으로 등극했다. 초기 증상이 생겼을 때는 똑바로 누워서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며칠 동안 통증이 심해 새벽에 깨서 2시간가량 통증 부위를 주무르고, 진동건 마시지에 드라이 니들링(Dry Needling, 서양침 요법으로 근육자극요법임)을 직접 해야 했다.

게다가 대퇴사두근 저림 증상과 근육 경련이 잦다 보니 2달간 다리를 절고 다녀야 했다. 근무할 때도 거의 앉아 있어야 했고, 화장실을 오갈 때는 6번 정도 쉬면서 경련이 일어나는 다리를 풀어줘야 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오른쪽 다리 힘이 빠져, 난간을 잡지 않으면 넘어질 것 같았다.

서양침 요법인 드라이 니들링은 근육의 압통점에 직접적으로 침을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으로 근육을 수축시켜 통증을 해소시키는 방법이다.
서양침 요법인 드라이 니들링은 근육의 압통점에 직접 침을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으로 근육을 수축시켜 통증을 치료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통증의학과 4명, 재활의학과 1명, 한의원 1명, 총 6명의 의사를 만났다. 이 중 정확한 진단을 한 사람은 3명, 진단에 맞는 치료를 한 사람은 통증의학과 의사 1명, 한의사 1명이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역시 대요근에 직접 주사를 놓은 경우로 진단에 맞는 치료를 한 통증의학과 의사였다. 이 치료법은 경험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통증의학 책에는 대요근 주사 치료법이 나와 있다. 기회가 되면 통증 체험기로 다뤄볼 예정이다. 왜냐하면 

영구적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던 통증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요근이 풀리면서 대퇴신경을 덜 누르게 되니 저림 증상과 경련은 사라졌다. 하지만 2달간 다리를 절고 다닌 탓에 대퇴 안쪽 부위 근육들이 말썽을 일으켰다. 현재는 내측광근과 무릎 부위의 감각 이상만 조금 남아 있으며, 근력은 60%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근력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두세 달 걸릴 것 같다. 

2달간 체중은 4킬로 정도 빠졌다. 허벅지 근육이 줄어든 탓에 바지도 헐렁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7월 14일 통증이 발생한 이후 석 달 보름 만에 처음으로 1분 뛰고, 1분 걷는 방식으로 10분간 가볍게 뛰었다. 근력 회복 재활 운동을 한지는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모처럼 만에 달려볼 수 있어 다행이고, 소확행 한 기분이다. 

대요근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대퇴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두 달이 지나고, 석 달 보름 만에 처음 조깅을 해보다.
대요근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대퇴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두 달이 지나고, 통증 이후 석 달 보름 만에 처음 조깅을 해보다. [이미지 출처: 푸샵]

운전할 때 엉덩이 근육과 대퇴이두근의 통증은 애교에 속한다. 그 외 여러 근육들이 통증으로 힘들게 했다. 사실 안 아픈 근육을 찾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마치 온몸의 근육들이 차례로 파업을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의 근육들이 이렇다 보니 근육을 늘리는 몸만들기 운동은 계속 중단되기 일쑤였다. 결국 2010년경 내 몸의 근육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때 체지방 13%, 106kg이나 나가던 몸을, 90kg 이하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턱을 벌릴 때마다 아팠던 턱관절 통증


근육 통증 부위가 너무 많다 보니 한 번에 여러 군데를 치료해주는 의사를 만나긴 힘들었다. 기억나는 치료 중 하나는 재활의학과에서 받은 치료였다. 척추 부위 신경을 침으로 치료하는 IMS 요법이었다. 그 치료를 받으면 식은땀이 너무 많이 나와서 베드가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턱관절 통증도 기억에 남는다. 식사할 때마다 굉장히 불편했고, 하품이라도 할라치면 턱이 빠질 듯이 아팠다. 재활의학과에서 IMS 요법과 통증 주사로 2주간 치료를 했는데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요지부동! 결국, 너무 답답한 나머지 직접 자료를 찾고, 관련 서적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턱관절 통증 원인은 4가지로 좁혀졌다. ①사랑니 문제 ②턱관절 문제 ③저작근 문제 ④ C1, C2 신경이 경직된 근육에 눌린 문제. 압통점이 발생한 저작근은 2주간 치료를 받았어도 해결이 되지 않았으니 일단 제외. 치과를 방문해서 턱과 사랑니 상태를 확인했다. X레이 판독 결과는 사랑니나 부정교합 등의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근섬유통 증후군은 11군데 이상 압통점(Trigger Point)이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근섬유통 증후군은 11군데 이상 압통점(Trigger Point)이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마지막 남은 건 C1, C2 신경이 목 뒤 근육에 눌리는 문제. 이미 목 뒤쪽 근육도 경직된 상황이었다. 이건 혼자 해결을 했다. 적외선 찜질기로 뒷목 근육을 15분간 찜질한 후 그 부위를 마사지했다. 5분 정도 마사지를 하니 신기하게도 양쪽 턱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턱을 벌려보니 통증 없이 자연스럽게 벌려졌다. 그때 알았다. 의사라고 해서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걸. 증상은 하나지만 원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고, 그중 하나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는 걸. 그때부터였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통증 – 2013.10.23 급성 요통을 겪는 와중에

 

벌써 10년이 되었다. 만성피로, 근섬유통, 근막통증과 함께 지내온지도. 그러고 보니 근골격계와 관련해 처음 통증을 느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데드리프트를 하다가 손목 쪽 인대가 늘어지는 경험을 한 것. 자고 일어났더니 목과 어깨 사이에 담(근막통증)에 걸렸던 것이 시초인 것 같다.

 

아! 초등학교 때 엄지손가락이 탈골되었던 일. 같은 동에 사는 아주머니가 탈골된 뼈를 맞춰주었는데, 맞추기 전까지는 그렇게 통증이 심하더니, 맞추고 나자 통증이 싹 하고 사라지는 그 신기함을 잊을 수가 없다. 

 

손목 인대가 늘어났을 때는 한의사가 금침을 놓아주었다. 금침을 인대에 꽂아둔 채로 며칠 지냈다. 인대가 쭉 하고 늘어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했는데 금침 몇 대를 인대에 꽂아놓자마자 통증이 사라졌었다.

 

가장 고질적으로 괴롭혔던 것은 (고등학교 당시에 담 또는 결림으로 불렀던) 어깨와 목 사이, 즉 어깻죽지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느낌과 통증이었다. 특히나 양손을 쓰는 설거지를 할 때는 몹시 견디기 힘들 정도였는데, 치료해도 잘 낫지 않았다. 통증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대체 왜 그런 것인지 몰랐었다. 알고 나니 좀 허망하기도 했다.

 

목의 사각근(갈비근)이 경직되어 어깨올림근(견갑거근)을 지배하는 견갑배신경을 건드려서 생긴 일이었다. 사각근 스트레칭과 관련 근육 치료를 하자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10년이 훌쩍 지나서 말이다.

 

“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것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통증이다.”라는 <통증 연대기>에 쓰인 내용처럼 통증은 피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는 없다. 단지 예방 차원의 노력과 지식을 쌓는다면 그 빈도를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급성요통으로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항상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양손의 손바닥 근육에서 전해오는 통증을 느낀다. 목과 등 근육 그리고 왼쪽 엉덩이 근육의 긴장이 느껴진다. 오른쪽 내측광근 부위와 무릎에는 감각 이상이 느껴지고, 대퇴 부위의 통증이 약간 느껴진다. 

■ <나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 다음 연재 글
[심플 운동] 어쩌면 당신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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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통증 연대기: 은유, 역사, 미스터리, 치유 그리고 과학> 멜러니 선스트럼 지음 |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2011)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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