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운동] 살아 있음의 무게를 알아채지 못하는 우리

살아있고, 살아가고, 살아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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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고, 살아가고, 살아낸다는 것은 중력(Gravity)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중력에서 완전히 해방된 이는 죽은 자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그래비티>가 있다.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우주 미아가 될 뻔한 우주비행사가 천신만고 끝에, 중력이 있는 지구로 무사히 귀환해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제목으로 사용된 중력은

‘인생의 무게’, 삶의 압력’, 무거운 짐’

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가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에서는 자신에게 지워진 (어린 딸을 잃어버린 슬픔의) 무게를 내려놓으려고 애쓰던 주인공이, 우주에서는 그 무게를 찾아 사투를 벌인다. 이는 우리가 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가 삶의 압력이 우리를 힘들게 하거나 죽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살아 있음의 무게


살아 있음 역시 그 무게가 있는 곳에서만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지 위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중력의 무게를 이겨내며 살아가야 한다. 영화 <그래비티>가 내게 힘이 되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 만물의 법칙이 그러하듯 삶 또한 이중성과 상보성이 있어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만약 중력이 너무 세거나 혹은 약했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생명체로 진화해왔거나 어쩌면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46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중력이 적당히 유지되어 왔기에 별 탈 없이 우리는 대지 위에서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다. 우주를 지배하는 4개의 기본 힘 중 하나인 중력이 우리의 존재 여부를 좌우하고 영향을 끼치듯, 인생의 중력이자 ‘삶의 압력과 긴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트.레.스(S.t.r.e.s.s)를 이 순간에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받아야 하는 삶의 무게인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받아야 하는 삶의 무게 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구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은 하루의 시작과 끝 사이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중력처럼 적당한 삶의 압력과 긴장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세거나 약하면 견디기 힘들거나 심각한 질환에 잠식당할 수 있고, 우울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불안의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로 더 강한 긴장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압력과 긴장이 해소되지 못한 채 점점 쌓여 넘치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은 점점 파괴되어 존재는 몸과 마음에 갇혀 좀비가 되어버린다. 

만성 통증, 만성 피로, 우울증, 무기력증, 불안,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 비만 등은 서서히 당신의 몸과 마음을 좀비로 만들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파괴한다. 어느 날 갑자기 뇌와 심장을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기도 하며, 암 선고를 받기도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알아채지 못함


문제는 우리가 삶의 압력과 긴장이 쌓여 넘칠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마치 우리가 중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듯 말이다. 집 안의 쓰레기통은 눈으로 확인 가능해서 너무 게으르지 않다면 넘치기 전에 비울 수 있다.

그런데 몸과 마음에 쌓이는 삶의 무게, 즉 스트레스를 혈액검사처럼 명확하게 측정할 만한 생체 지표가 아직 없다(정확히 말하면 코르티솔 호르몬 검사, C-반응성단백 검사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알아챘다 하더라도 왜 그런 증상들이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지 의사조차 설명해주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보는 환원주의에 매몰된 현대의학의 맹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액암의 종류라고 합니다. 부기와 무기력증이 생긴 지 좀 되었는데 미처 큰 병의 징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병인데 방송 판이 층간 소음이고 악플러가 동네 양아치라면 이 병실은 노르망디 해변이었다.

 

–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 중에서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 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암인 악성림프종을 진단 받았다.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 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암인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이미지 출처: 허지웅 인스타그램]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 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악성림프종에 걸렸다고 최근작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이야기했다. 의학적으로 림프구에 암이 생기는 악성림프종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계가 혹사당해서라고 한다.

만약 그가 쌓이는 스트레스를 알아채고 넘치기 전에 비워냈다면 악성림프종에 걸리지 않았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해결책을 미리 준비해서 평소 실천했다면 피해 갈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살피고
자신의 삶에서 회복을 위한 시간과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 김수현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중에서

지금까지 내가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M. Sapolsky) 같은 세계적인 스트레스 학자들로부터 배운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이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시스템이 정확히 무엇이며, 몸과 마음에서 어떤 생리적 현상을 일으키는지 아는 것이다. 그것이 지속할 때 어떤 증상과 질환을 발생하는지,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배우고 적용하는 것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만병의 근원’이라 부르면서도 스트레스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잘 알지 못하니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일을 알아챌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정작 삶에 중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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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참고: 영화 <그래비티> 2013
참고: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2020), 전자책
참고: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2020), 전자책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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