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ST]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OST

영원히 끝나지 않을 멜로 영화의 고전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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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장마 기간을 여전히 통과하고 있는 요즘,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의 부작용으로 인해 여름에도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998년, 무려 22년 전 개봉했던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초원’이라는 이름의 변두리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지만,  일상을 담담히 이어간다. 하지만 그의 사정을 알게 되면 영화의 모든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던 흑백 사진 같던 그의 일상에도 어느 날 특별한 색깔이 스며든다. 바로, 사진을 인화하러 온 주차단속 구청직원 다림(심은하)

단속 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초원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서로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일렁인다.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던 정원에게 다림은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을 알고 있는 그는 망설인다.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 하고.

평범한 일상과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린 허진호 감독 장편 데뷔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 한국 멜로영화의 명작답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005년엔 일본 영화 <8月のクリスマス>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 2013년 11월엔 재개봉하기도 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다림 l “숙녀가 이렇게 무거운 걸 들고 가야겠어요?”

정원 l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다림 l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정원 l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 

정원 l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멜로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90년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은 마음만으로 초원사진관에 남았다. 페이스타임과 카카오톡의 시대라면 없을 방식으로, 손으로 쓴 편지가 전달된다.

 

영화가 한 시간쯤 지나면 곧 정원과 다림은 만나지 않게 되는데, 정원의 병세를 모르니 다림에게 남는 것은 상심뿐이다. 정원에게 이 여름은 이제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단 한 번의 여름이다.

 

병에 걸린 정원은 여름이 가면 이 모든 사람들을, 풍경을 뒤로 하고 죽게 되리라. 하지만 이 여름이 마지막이기로는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누구에게라도 그렇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한번 왔던 것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 사진이 시간을 붙들어놓듯,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간도 영원히 그 안에 멈춰 있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답을 알고 묻는 질문의 설렘이, 영원한 여름 풍경 안에.

 

– 이다혜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에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근데 아저씨, 오늘은 왜 반말 해요?”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정원과 다림의 첫 데이트 장면. 둘이 걷다 다림이 살며시 팔짱을 낀다.
정원과 다림의 첫 데이트 장면. 둘이 걷다 다림이 살며시 팔짱을 낀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의 저자 이다혜는 60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 영화 중 기억할 만한 케미를 보여준 배역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을 꼽았다. 나 역시 동의한다. 그리고 수많은 장면 중 정원이 더위에 지쳐 살짝 잠든 다림에게 선풍기를 돌려주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흔히 말하는 동시대 고전,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도 좋을 영화다. 그전까지 멜로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문법을 사용했다.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 앞에 영화 속 주인공도 울고 관객도 울었다. 특히 1990년대 말 <편지><약속> 등 두 글자 제목의 멜로영화들이 그랬다.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삶, 마주한 이별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흔적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마지막 사진을 찍는 정원.
마지막 사진을 찍는 정원.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정원이 떠난 사진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다림
정원이 떠난 사진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다림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4월에 방문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4월에 방문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푸샵 사진]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사진이라는 매개물은 우연히 시작된 삶 그리고 사랑의 일부이다. 사진은 존재의 흔적이며 죽음을 기억하게 한다. 사진은 우연한 삶과 사랑의 생성 그리고 누구라도 거역할 수 없는 예정된 죽음과 사랑의 소멸을 뜻하기도 한다.

죽음을 선고받은 정원에게 우연히 다가온 다림. 서로가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며 사랑으로 피어나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이 사랑이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원은 계속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담담하게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정원과 다림
벌써 22년이나 흐르다니
영원한 여름 풍경
8월에도 눈이 올까요?
추억이 되지 않는 당신…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  

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영화 OST – 한석규 버전

이젠 너를 남겨두고 나 떠나야해
사랑도 그리움도 잊은 채로
고운 너의 모습만 가져가고 싶지만
널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

 

태연한 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음 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태연한 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음 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않는 꿈을 꾸고 싶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영원히 깨지않는 꿈을 꾸고 싶어

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영화 OST – 조승우 버전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다시 비상이 걸린 며칠 사이 우리는 정말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모르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죽음이 기다리는 내일일지, 삶이 기다리는 내일일지 모른채 살아가는 우리는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삶을 이어가야 하고, 일상을 살아가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일지, 언젠가 일지 알 수 없지만 죽음을 매일 마주하는 우리는 타인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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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
참고: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2018)
참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람과 빛 여름의 빛으로 끌어안은 사랑“, 이다혜(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 2018.9.7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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