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내서] 무無의 움직임! 춤추는 진공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든 무無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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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 <[운동 안내서] 춤추는 에너지 실: 운동하는 입자>에서 대폭발 빅뱅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계층과 물질, 그리고 보이지 않는 텅 빈 원자 속 입자는 움직임이라고 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만일 우주의 시작이 있다고 믿는다면 대폭발 이전의 상태, 즉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는 과연 움직임이 없었던 상태인가, 하고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움직임을 생각한다는 것이 엉뚱할 수 있겠지만, 무의 상태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된다. 봄날 오후 당신의 볼을 스치는 보이지 않는 바람 한점을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우주의 시작을 설명할 때 양자역학에서는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1] 혹은 ‘진공 요동Vacuum Fluctuation’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이 진공眞空을 ‘무’ 또는 ‘공간空間’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무’는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즉 에너지(=물질)가 0인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없는 ‘특이점’ 상태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생겨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도 않고 에너지 보존 법칙에도 어긋난다. 정말 더 작은 에너지의 진공이 존재하는 걸까? 수학적으로는 가능한 0보다 작은 음의 에너지(=물질)를 가진 진공이다. 하지만 ‘무’라고 해도 무언가가 있다.[2]

앞서 <[운동 안내서] 우주를 만드는 세 가지 재료> 편에서 ‘공간은 그 자체가 음 에너지의 저장소’라고 했다. 진공을 매우 짧은 시간만 관측하면 음전자(물질)와 양전자(반물질)가 쌍생성Pair Creation[3]되고 서로 부딪쳐 쌍소멸Pair Annihilation[4]한다. 이것이 바로 ‘진공 요동’이다. 매우 짧은 시간의 진공 상태는 시간ㆍ공간ㆍ에너지가 하나의 값을 취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무의 움직임, 양자 요동
무의 움직임, 양자 요동 [이미지 출처: 구글]

無라는 것은 없다:

 

(…) 어떻게 무에서 입자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 걸까? 그것은 입자를 에워싼 것이 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장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입자들이 나타나려면, 양자장에서 에너지를 조금 빌려와야 한다. 양자장들은 시간과 공간 속의 모든 곳을 채우고 있으므로, 입자는 문자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우주 어디에 진정한 허공이란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어둠 속 먼 곳을 바라보다가, 마치 눈을 가리고 있던 얇은 막이 걷히기라도 한 것처럼 순간적으로 모든 진실을 깨닫는다. 입자들, 융합, 모든 곳, 모든 것을 채우고, 요동치는 고리들로 들끓는 배경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가상입자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 빛이나 에너지에서 나타났다가 훅 사라지기. 사방에서 놀라운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바람에 그 어느 곳도 진정한 허공이 되지 못한다.

 

광대한 우주를 ‘무’가 채우고 있을 것이라던 옛날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현실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진공’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을 제거했을 때 남은 것, 즉 양자장들의 에너지 수준이 최소한으로 내려가고 가상입자들이 거기서 저절로 튀어나와 모든 경로로 이동했다가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상태.

 

우리 우주에 허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제거한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합리적이지만, 사실은 진공에게서 양자장을 빼앗을 수 없다. 어디서도 시간과 공간을 빼앗기가 불가능한 것과 같다.

 

– 크리스토프 갈파르의 《우주, 시간, 그 너머: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중에서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고전 물리학으로도 ‘무’ 상태인 진공이 결코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물질)와 반입자(반물질)로 가득 차,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요동치는 공간이었던 것.

호킹의 말처럼

빅뱅 이전 특이점의 무한히 작은 양자 거품 속에서 시간은 구부러진 상태로 존재했다. 시간은 다른 차원 속에서 왜곡되었고, 그 시간은 ‘무’에 근접했으나 결코 ‘무’가 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진공은 아직도 연구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공간이다.

의 움직임: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공식 E=mc2


빛을 전달하는 매질인 에테르Ether[5]가 채우고 있다고 믿어졌었던 공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 나오는 (모든 입자는 아니지만) 입자들에 질량을 주는 ‘신의 입자’라 불리는 (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압두스 살람Muhammad Abdus Salam, 1926-1996은 수상 소감에서 “현대물리학을 10여 년 앞당긴 천재”라고 말한, 한국의 미국계 이론물리학자 이휘소1935-1977 박사가 명명한) ‘힉스 입자’가 존재하는 ‘힉스 장Higgs Field’도 진공의 성격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진공에서 이런 다양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토대로 1981년 천체물리학자 알렉산더 빌렌킨Alexander Vilenkin은 움직이는 ‘무’에서 우주가 탄생했다는 이론을 발표한다. 우주와 반우주가 쌍생성되기 전의 상태가 허수 시간의 영역이며 이 ‘무’의 시간 동안에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여러 가지 끊임없이 요동하는 에너지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터널효과Tunnel Effect[6]가 발생해 그야말로 우주는 ‘무’에서 실제로 존재하게 되었고 지수함수 형태의 급팽창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킹 역시 빌렌킨이 생각한 우주와 일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라는 뜻을 가진 ‘자연自然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보면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남극에서 남쪽이 어디냐고 물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주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무와 보이지 않는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우주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무와 보이지 않는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처럼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무와 보이지 않은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별이 만든 원자들로 구성된 인간 역시 양자적 관점에서 ‘무의 움직임’ 자식이라 할 수 있다. ‘무’에서 태어난 우주는 결국 다시 ‘무’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무’는 또 새로운 ‘유有’를 낳을 것이다. 마치 불교의 종교관과 닮아있다.

불교경전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한 구절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 현대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을 소개하는 여러 대중 서적에서 인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7] 아인슈타인은

모든 질량, 즉 물질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산화해 없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에너지로 변한 것뿐이다.

라고 했다.

이렇게 그 유명하고 아름다운 공식 E=mc2이 탄생하고, 공식으로 풀어낸 물질은 에너지요, 에너지는 물질인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는 공간, 즉 ‘장Field’이라고 했다. 결국 물질과 에너지와 공간은 같다는 의미이며, 만물은 하나Universe’인 것이다.

이 양자역학의 논거가 불교의 기본 교리인 ‘만물의 인과관계와 상호의존성’을 다루는 연기법緣起法과 닮아 있고, ‘만물의 실체 없음’을 말하는 ‘공’사상과 유사하다. 최첨단 물리학 이론이 2,500여 년 전 탄생한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한 사유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8]

작고 작은, 비어 있고 비어 있는 양자 세계는 마치 모든 가능성의 혼합체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한번 노자가 말한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지만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는 ‘허’와 과학자들이 정의한 양자적 ‘진공’ 상태에 머무른 느낌이다. 이 양자 세계를 품고 있는 우리 몸과 마음도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지 않을까? 이 가능성을 깨울 수 있는 단 하나가 바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운동, 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운동 안내서> 여행을 이어가 보자.

■ 다음 연재 글: <운동 안내서>는 매주 1회 업데이트됩니다.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시작은 Movement
 • 모든 것은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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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특성 이미지 출처: NASA Images
[1] 저자 주: 양자 요동이란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새로운 입자들이 쌍생성되며 또한 쌍소멸되고 중력장 등 질량과 에너지가 복잡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2] p171, 전자책, 모리 다쓰야의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중에서
[3] 저자 주: 에너지가 질량을 가진 물질로 되는 경우
[4] 저자 주: 물질이 에너지로 바뀌는 경우
참고: 《우주, 시간, 그 너머: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2017) | 전자책
[5] 저자 주: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로 생각했던 가상의 물질
[6] 저자 주: 양자역학의 입자나 파동이, 고전적으로 통과할 수 없는 물체를 통과하는 현상
[7] 물리학과 교수 박인규의 <아무것도 없는 진공, 가득 찬 진공> 사이언스올, 2014.12.10
[8] 심정섭 전문위원의 <아인슈타인은 왜 불교에 심취했을까?> 법보신문, 2018.4.23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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