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내서] 질서와 무질서: 존재의 근원인 에너지 법칙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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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탄생해서 138억 년 동안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질서에 의해서다. 한 번도 그 질서가 깨어진 적이 없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우주가 소멸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질서는 일정한 체계, 즉 황금률과 같은 것이다.

 

지구의 자연도 그러할 것이다.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은 아주 정교한 질서와 체계의 장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 역시 아주 정교한 질서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고 있다. 그 질서가 깨지면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몸은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도 관찰하면 알 수 있는 질서들이 존재한다.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뇌의 신경망과 운영 시스템으로 의식이 구현되므로 역시 질서와 체계가 있다.

 

둘 사이는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쪽의 질서가 깨지게 되면 다른 쪽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의 통합된 건강을 위해서 질서와 체계가 중요하며, 이를 잘 파악하여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푸샵 이종구, 2013.11.20

앞서 <우주를 만드는 세 가지 재료: 모든 것은 하나>에서 “에너지는 운동성(움직임)과 위치성(정지)이라는 양면이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로 앞으로 얘기할 존재의 근원”이라고 했다. 따라서 우주와 생명체 에너지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열역학 법칙Law of Thermodynamics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몸과 운동을 다룰 때도 중요한 에너지 법칙 2가지만 알아보자.

우선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우주 에너지의 전체 양은 일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주는 아무것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닫힌계Closed System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는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되기는 하지만 그 총량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몸은 ‘열린계Open System로 물질과 에너지를 주변 환경과 교환해야 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기에 음식 형태로 섭취해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그렇게 생성된 에너지는 대부분 열로 잃어버리고, 남은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전환되거나 일, 즉 화학·수송·물리작업을 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몸 운동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70%가 물리작업에 해당하는 근육 수축의 일로 전환되기보다는 열로 손실된다.[1]

영화 <테넷>에도 나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열역학 제2법칙은 (요즘 화제가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에 등장하는 법칙으로) ‘에너지 방향의 법칙’이며, 우주를 관통하는 보편적 진리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불린다. 먼저 방향의 관점에서 보면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를 뿐, 그 역은 성립될 수 없음으로 에너지 전달에는 방향성이 있다는 것. 엔트로피 관점에서

에너지는 언제나 질서에서 무질서의 방향으로 나아감

을 말한다. 엔트로피Entropy는 1850년 독일 이론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1888가 열에너지의 변형과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Energy 에너지’라는 단어와 그리스어의 ‘Tropy 변형’라는 말을 합성한 것이다. 물질이 열역학적 변화를 일으킬 때 변화된 온도를 열량으로 나눈 값으로 단위는 cal/℃. 쉽게 말해 엔트로피는 ‘쓸 수 없게 된 에너지’를 말한다.[2]

엔트로피를 정의한 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할 만큼 혼란을 일으키는 개념! 그런데 이 법칙은 통계역학에서 엔트로피가 어떤 체계를 구성하는 원자의 무질서한 정도를 결정하는 양으로서 주어진다. 우주를 원자의 집합으로 볼 때, 그 질서 정연한 배열이 해체되어 점차 확산·평균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정식화한 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며 열역학 제2법칙의 또 다른 표현인 것.[3]

그 정의를 통계역학과 통계열역학으로 유명한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이 명확하게 내린다. 볼츠만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거시적 상태를 구성하는 미시적 상태의 수’다.[4] 달리 말해 ‘무질서의 척도’, ‘정보의 척도’, ‘무지의 척도’다. 정의를 대입해 설명해 보면 닫힌계에서 자발적인 변화는 무작위적이지 않은 정돈된 상태(질서)에서 무작위적이고 혼돈된 상태(무질서), 즉 엔트로피 상태로 전환됨을 말한다.

통계역학의 핵심 질문은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것으로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이다. 답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보다 확률이 높아서 그렇다는 것(영화 <테넷>엔 시간의 방향을 거스르는 기술인 ‘인버전Inversion‘ 나온다).

(위)질서에서 무질서로 / (아래) 시간의 방향을 거스르는 내용이 등장하는 영화 <테넷>
(위)질서에서 무질서로 / (아래) 시간의 방향을 거스르는 내용이 등장하는 영화 <테넷> [이미지 출처: 구글 & 영화 <테넷>]

문제는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볼츠만은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아서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확률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를 기술하는 법칙은 1993년 데니스 에반스Denis J. Evans 등이 제안한 ‘요동 정리Fluctuation Theorem[5]이다.

우리 몸에 적용되는 엔트로피 법칙


정리하면 열역학 제2법칙에서 닫힌계의 엔트로피는 평형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증가한다고 예측하나, 통계역학의 법칙에 따라 닫힌계의 엔트로피가 자발 감소할 확률은 언제나 0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 엔트로피는 정의보다 특징이 더욱 중요한데, 엔트로피는 자연에서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 모든 현상은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

이는 물질의 상태 변화, 즉 에너지의 전환 과정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되는 ‘열죽음Heat Death이 우주의 종말이라는 가설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부터 도출되었다.

우리 몸으로 예를 들면 몸을 구성하는 37조 개 세포들이 저마다 흩어져서 무질서하게 존재한다면 몸은 형체 없는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포들은 정교한 질서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층화된 다단계 구조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체계화된 구조가 바로 활발히 활동하는 우리 인간이다.[6]

그리고 인간의 몸과 같은 열린계에서 안정된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에너지의 유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를 다시 얻지 못하고 외부로 잃어버리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이때 몸의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상태는 무엇일까?

죽음

이다. 이를 세포 관점에서 보면 지속적인 에너지의 유입이 없다면, 세포는 정돈된 내부 환경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세포가 점차 조직성을 잃게 되고 급기야 정상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사라져 죽게 된다.[7]

정리하면 열역학 제2법칙인 ‘에너지 방향의 법칙’이자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원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갈 뿐,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그래서 우리는 엔트로피 법칙을 (비록 자연과학적 시선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사회학적으로 해석한 문명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의 저서 《엔트로피》는 만물은 유용有用, 질서에서 무용無用, 무질서으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며, 결국 세계는 무질서에 휩싸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가용 에너지를 초과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서양의 기계론적 자연관의 물줄기인 역사를 진보로 보는 시각을 무너뜨리고, 과학과 기술이 더욱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환상을 깨뜨려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깨뜨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깨뜨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2020년은 기록적인 장마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한 해로 기록됐다. 특히 기후변화는 심각한 위기로 이미 다가왔다. 기후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뒷전이었던 한국도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기후 전문가들은 북극 빙하의 어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는 다음 번 빙하기의 도래를 멈추고 해수면을 높여 해안지대를 침수시키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모든 종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폭우, 폭염,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질서를 인류가 너무 빠른 시간에 깨뜨렸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육식으로 가축을 기르기 위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의 심각한 훼손과 과도한 화석 에너지의 사용으로 지구 온실효과의 가속화를 초래했다.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은 인간의 몸을 비롯해 해양생물의 몸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하게 만들었다.

동물권을 무시한 가축의 비위생적인 공장식 사육과 파괴된 환경으로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간과의 접점이 높아진 야생동물로 인해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하듯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담담하게 그려냈고,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한정된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는 편리함으로 말미암아 움직임이 줄어들고, 늘어난 육식과 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으로 몸의 질서가 깨지면 암 유전자를 깨울 수 있다. 우리가 설령 유방암·고환암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해도, 생활 습관의 질서를 바르게 유지하면 암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몸의 질서를 깨뜨리는 나쁜 생활 습관이 지속되면 결국 암 유전자를 깨우게 된다. 암을 지배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만약 그것을 최대한 막으려 한다면, 약물 개발과 더불어 과학을 총동원해 지구와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와 인류의 공존은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지구와 인류의 공존은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이미지 출처: 구글]

게다가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도 인류의 지능을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앞서기 때문이다. 수만 년 걸려 쌓아 온 인류의 지성을 단 몇 초 만에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적대시 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인류의 역사는 피로 점철되어 있음을 기억하라)

비단 인공지능이 지배한 세상을 그린 《터미네이터》 시리즈 같은 SF 영화에서만 다루는 암울한 내용이 아니라, 이미 그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류가 인공지능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

푸른 별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고 앞에서, 영국의 역사가 데임 베로니카 웨지우드Dame Veronica Wedgwood, 1910-1997의 말이 떠오른다. (21세기 지구를 여행하는 호모 사피엔스 후손들의)

불안과 무질서는 절망의 징후가 아니라 에너지와 희망의 징후다.

는 말을 믿고 싶어 진다.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긍정의 미래가 오게 하려면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질서’


그렇다면 일상에서 엔트로피 상태로 가는 것을 느리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구 환경을 어지럽히는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할 것! 쓰레기 배출을 줄일 것!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것! 등등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몸의 관점에서는 건강한 식단으로 소식하면 된다. 양질의 에너지, 즉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 음식을 적당히 먹고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되 과하지 않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최대 엔트로피 상태인 죽음에 이르는 것을 건강하게 최대한 늦추고, 활기 넘치는 생활을 하면서도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다.

몸이 원하는 질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몸이 원하는 질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 구글]

열역학 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이야기를 압축하면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질서

다. 즉, ‘루틴’을 지키는 것 혹은 ‘좋은 습관’의 반복을 지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질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성숙한 삶의 태도이며, 발전과 성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 우리 일상을 방치하면 엔트로피라는 무질서 상태가 심화되어 점점 더 지루하고 무의미해진다. 질서가 없는 삶은 스트레스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는 삶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몸을 관리하는 습관인 규칙적인 운동 같은 외적 질서는 몸의 건강과 마음의 내적 평화를 불러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움직임인 걷기와 호흡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는 것은 일상 속에서 의미를 새롭게 하는 행동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좀 더 높은 존재의 질서 속에서 살게 된다. 마치 우주가 세 가지 재료만으로도 138억 년의 질서를 고요한 움직임 속에 유지해오듯 말이다.

■ 다음 연재 글: <운동 안내서>는 매주 1회 업데이트됩니다.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시작은 Movement
 • 원자 하나에서 느끼는 우리 몸과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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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특성 이미지: Order and Disorder
[1] p92, ‘1.4 열역학은 에너지 이용에 대한 학문이다’, 디 언그로브 실버톤의 《인체생리학 5판》 중에서
[2] [네이버 지식백과] 엔트로피의 발견 | 정갑수의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 2012. 8. 15
[3] [네이버 지식백과] 엔트로피[Entropy] | 임석진 외 21명, 《철학사전, 2009》
[4]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볼츠만의 원자>
[5] 저자 주: (파동, 오르고 내림을 의미하는) ‘변동 정리’로도 불리는 요동 정리는 일정량의 엔트로피가 시간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확률의 비를 엔트로피의 함수로 기술하는 방정식이다.
[6] p24, 앨리스 로버츠의 《인체 완전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2판》 중에서
[7] p93, ‘1.4 열역학은 에너지 이용에 대한 학문이다’, 디 언그로브 실버톤 《인체생리학 5판》 중에서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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