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내서] 최초의 운동, 태초의 고요한 움직임!

이 모든 것을 만든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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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안내서] 시작은 Movement>에 이어 오늘은 우주가 탄생할 때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으로 시작한 이야기다. 먼저 고백하자면 우주의 시작, 생명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 전반에 걸쳐 가장 어려운 분야였다.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관련 서적을 읽었음에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그래서 한주 연재가 지연되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꾸벅). 필자가 이해한 수준에서 풀어 쓰려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이제, 3시간 동안 심장을 뛰게 했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나왔던 (블랙홀도 탈출할 수 있는) 양자 점프가 가능한 양자 수트를 입고, 138억년 전 우주와 시간 너머의 상상하기조차 힘든 강력한 운동이 처음 일어난 곳으로 가보자. 인류 지성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이론과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시간이 과거로 진행될 경우 지금의 우주 공간은 아주 작아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초기 우주의 빅뱅 상태가 된다. 그리고 빅뱅 이전 상태인 극초기 우주의 급팽창 순간을 넘어 공간과 시간,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던 미지의 영역인 ‘절대적 무無, Nothingness’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절대적 무’는 어떤 상태일까?

모든 것을 담고 있던 절대적 무, 0


철학적으로 노자의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지만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는 압도적 ‘허虛, Emptiness’의 상태. 아마도 그 가능성 때문에 프랑스 실존 철학자 장 폴 사르트Jean Paul Sartre, 1905~1980

무는 존재를 지향한다

고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적으로 불교의 핵심 사상인 세상 모든 것은 비어 있으므로, 즉 실체가 없으므로 집착하지 말라는 ‘공空, Emptiness의 상태. 이 사상에 따르면 물리적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들은 고유의 독립적 존재가 아닌 공허한 것이며, 여기에 부여된 모든 의미는 우리가 마음속에 빚어놓은 구성물과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허공虛空’ 혹은 ‘공허空虛’는 불교적 의미로 사물과 마음의 모든 법을 받아들이는 공간이면서 아무것도 없는 세계이다). 

수학적으로 이탈리아 수학자 라파엘 봄벨리Rafael Bombelli, 1526-1572가 수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정의한 제곱하면 음이 되는 수인 복소수, 즉 필요한 수지만 실재하지 않으므로 ‘상상의 수’라는 의미로 데카르트가 ‘허수虛數, Imaginary Number라 이름 붙인 상태가 된다. 스티븐 호킹이 “우주가 시작될 때 허수의 시간이 흐른다”고 말한 상태. 그는 허수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무에서도 우주가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허수 시간이 흐르는 세계는 우리의 실수 시간의 세계와는 무엇이 다를까? 허수 시간의 세계에서는 힘을 받은 물체가 운동하는 방향이 실수 시간과는 반대가 된다. 다시 말해 실수 시간 세계에서는 공이 언덕을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운동은, 허수 시간 세계에서는 언덕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운동이 된다.[1] 이론물리학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그의 유명한 (에너지와 물질이 하나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방정식 E=mc2. 그리고 호킹과 펜로즈가 정의한, 인간이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이점’의 상태. 문학적으로 하루키가 작품을 통해 표현했던 그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새하얀 캔버스를 바라보는 것이 예전부터 좋았다. 나는 그것에 개인적으로 ‘캔버스 참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지만 결코 공백이 아니다. 그 새하얀 화면에는 와야 할 것이 가만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윽고 하나의 유효한 실마리를 향해 집약된다. 나는 그런 순간이 좋았다. 존재와 비존재가 조금씩 섞여드는 순간.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기사단장 죽이기》 중에서

원시 원자의 상상도
원시 원자의 상상도 [이미지 출처: by Vanshira]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고 조상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도 태어난 순간엔 원자핵보다 작았다. 벨기에 신부이자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 1894-1966는 이를 ‘원시 원자Primeval Atom라고 불렀다. 그는 우주 탄생의 순간에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 원시 원자가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으로 갑자기 팽창하고 폭발하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빅뱅) 이론을 처음 제기한 주인공이다.

과학 이론이 다룰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인 10-33cm, 즉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로 정의된 미지의 영역인 원시 원자 안에 오늘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들어 있었다, 는 게 상상이 되는지? 우주가 처음부터 지금과 똑같은 에너지를 품고 있었으면서도 한때 전혀 크기가 없는 존재였다는 생각은 몹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까이는 생명이 탄생했고, 우리가 단지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운동을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도 신기한데 말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우주가 그러했듯이 우리 역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무의 상태에서 와서 존재하고, 다시 모든 것을 돌려주며 무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


짧게 숨을 한번 쉴 수 있는 시간 1초. 절대적 무에서 1초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2] 알려지지 않은 물리법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늠하기 힘든 찰나의 순간. 플랑크 시대Planck Epoch[3]로 불리는 절대적 무 0에서 10-43초 사이는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이 하나였던 시간이다(이때 우주의 크기는 플랑크 길이였다). 이어서 먼저 분리된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기본 힘이 대통일력으로 존재했으리라 추정되는 대통일 시대Grand Unification Epoch를 지나 인플라톤Inflaton[4] 장은 우주를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1043배 팽창시킨다. 광대무변함을 찾아 나선 시간의 화살이 발사된 찰나의 움직임, 급팽창Inflation이 일어난 것(10-35초~10-32초 사이).[5] 이는 지름 1cm짜리 풍선이 순간 부풀어 올라, 지름이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보다 1,000만 배 커지는 것과 같다(이 때 강한 핵력이 분리된다).

이어 물질의 기본 입자인 쿼크Quark가 탄생한다. 우주가 급팽창하면서 제멋대로 날아다니던 업Up 쿼크와 다운Down 쿼크들이 결합해 양성자, 중성자, 전자 그리고 미지의 암흑물질이 탄생한다. 이때 마지막으로 통합되어 있던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분리되어, 지금처럼 네 가지 기본 힘이 각각 존재하게 되었다. 이 힘들이 없었다면 물질은 탄생할 수 없었다. 이 신비한 메커니즘을 ‘힉스 장Higgs field’이라고 한다.[6] 급팽창이 끝나고 1초 이후 순간의 번쩍임, 고요한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난다. 작열하는 불덩이 우주도 불리는 빅뱅 순간의 크기는 1cm, 온도는 1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7] 이렇게 우주는 절대적 무에서 태초의 고요한 움직임 ‘급팽창(운동에너지)과 대폭발(열에너지)’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으로 태어났다. Big Bang!

운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변한 빅뱅으로 다양한 입자와 반입자 그리고 아직은 직진하지 못하는 미완의 빛 에너지가 탄생한다.[8] 이때 입자와 반입자는 이론적으로 같은 수만큼 ‘대칭’적으로 생성됐을 것이다. 만약 대칭적인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하면 서로 사라지고, 막대한 에너지가 빛 등으로 방출되는 ‘쌍소멸Pair Annihilation’이 일어난다. 그러면 입자들은 모두 질량이 없을 것이고, 우리 역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우주 탄생 직후 알 수 없는 우주적 현상 즉, 자발적 대칭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에 의해 반입자가 입자보다 5억분의 1정도 줄어들었다고 추측한다.[9] 이 때문에 우주 탄생 몇 초 사이에 반입자는 쌍소멸에 의해 없어지고 5억분의 1만큼 많았던 입자들은 살아남았다. 3억대 1의 경쟁을 뚫고 난자에 안착한 정자 하나로 태어난 당신의 몸을 포함해, 현재의 우주 만물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5억대 1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입자 때문인 것. 이로 인해 우주엔 반입자가 거의 없다.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인 급팽창과 빅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운동인 급팽창과 빅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미지 출처: Jen Stark, photograph courtesy of Arrested Motion]

이처럼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인 우주의 자발적 대칭 깨짐이 없었다면 우주엔 빛만 존재했을 것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대칭 깨짐의 예는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것, 쇳조각을 달궜다가 임계온도 이하로 식히면 N극과 S극의 자석이 되는 것도 대칭 깨임 현상이다. 이를 상전이Phase Transition라고 부른다. 우리 몸도 예측할 수 없는 유전성 변이 때문에 좌우가 외부는 대칭에 가까운 비대칭적이고, 내부는 비대칭이다(생명과 진화의 관계도 비대칭적이다). 이러한 대칭 깨짐은 빅뱅 직후에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하나였던 힘이 네 개의 기본 힘으로 분리된 것이다.

만약 이 네 개의 기본 힘을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어벤져스》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건틀렛에 장착해 손가락 한번 튕기면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적 상상은 아마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있게 한 빅뱅 상황에서 하나라도 어긋난 게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양하게 계산을 해본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 중 일부의 값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크거나 작았어도 생명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핵력이 지금보다 몇 퍼센트만 더 강했더라면 유아기 우주의 모든 수소 원자들이 다른 수소 원자와 융합하여 헬륨이 되는 바람에 수소 원자는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생명의 출현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물을 필수요소라 믿고 있다.

 

반면 핵력이 지금보다 크게 약했다면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복잡한 원자들이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만약 중력의 강도와 전자기력의 강도 사이의 관계가 지금과 비슷하지 않았다면, 우주에는 생명을 뒷받침하는 화학원소를 초신성 폭발을 통해 우주로 분출하는 항성도, 행성을 거느리는 항성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두 종류의 항성이 모두 필요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 힘의 강도와 기본 매개변수 값은 마치 생명의 존재를 허용하도록 미세조정Fine-Tuning되어 있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세조정을 파악한 영국의 물리학자 브랜던 카터Brandon Carter는 1968년에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라는 것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이 원리는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우주를 관찰하고 있으므로, 우주는 우리가 여기에 존재할 수 있도록 여러 매개변수를 지금의 값으로 가져야만 한다.” 인간원리를 뜻하는 영어 ‘Anthropic Principle’의 ‘Anthropic’은 ‘인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실 여기서는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다. 만약 이런 기본 매개변수가 지금의 값과 크게 차이가 났다면 인간이 아니라 그 어떤 종류의 생명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앨런 라이트먼Alan Lightman의 《엑시덴탈 유니버스》 중에서

절대적 무에서 모든 것, 모든 변화의 가능성을 쏟아내게 한 강력한 운동 빅뱅은 우주를 생성할 때 오늘날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세 가지를 만들었다. 첫째, 크기로 말하자면 무와 다름없는 쿼크를 우주에 남겨두어 만물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둘째, 은하계와 팽창하는 우주를 포함하고 이제까지 아무도 그 경계를 그을 수 없었던 무한한 크기의 공간을 남겼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빅뱅이라는 운동이 무한히 복잡한 것이어서 다양한 본질, 무한히 풍부한 개념,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변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운동이 빅뱅의 본질과 닮았다는 것을 말한다. 빅뱅(운동)은 모든 것의 시작인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이다. 그것이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이든, 유기적 혹은 무기적 성질을 지닌 것이든, 극도로 작은 것 혹은 큰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따라서 당신이 일상적 움직임 외에 한번도 운동을 해본적 없는 운동 백지 상태라도, 운동을 통해 당신의 몸과 마음, 건강, 생산성, 행복,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변화시킬 수 있다. 설사 지금 건강을 잃어버리고, 생산성과 행복지수가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삶의 질은 한없이 추락한 상황이어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한없이 빠져 (마지막 움직임이 될 수 있는 그 한 걸음을 어디로 향할지 망설이고) 있더라도 말이다. 우주가 절대적 무에서 강력한 운동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으로 탄생했듯이, 우리 역시 변화의 가능성이 본질인 운동을 몸에 지니고 있는 존재다. 당신은 몸과 마음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회복력을 깨울 운동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 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지닌 운동을 꺼내 적절히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내친 김에 이야기를 하나 더 하기로 하자. 빅뱅을 다룬 과학이론들을 연구하다 보면 언급할 필요가 있는 불가사의한 사건에 부닥친다. 인류 역사를 보면 여러 문화의 핵심에 빅뱅 관념이 있었다. 신화에 나오는 옛 조상들이 파피루스에 남겨 놓은 것과 현대의 천체물리학자들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가 확실한 빅뱅 모형은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러 전승을 보면 이집트인, 북아메리카 인디언, 수메르인, 중국인이 빛이 폭발하여 세계가 창조되었다고 믿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확실하다. 특히 지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고대의 철학자들은 무에서는 아무것도 생길 수 없다는 신념을 토대로 세계의 원상태와 물질의 원소를 밝혀내려고 했다.

 

이오니아의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610-546년가 그린 우주 생성의 밑그림은 빅뱅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아낙시만드로스의 견해에 따르면 우주는 생식 능력이 있는 씨앗, 곧 ‘온’과 ‘냉’이 분리됨으로써 생겨났다. 태초에 ‘무한한 실재Apeiron’가 있었고, 후에 이 무한한 실재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이 폭발에서 모든 천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진화 덕분에 우리에게 생긴 직관적 지식이 여기에서 나온 것일까? 우리 안에는 우주의 기억마저 있는 것일까?

 

– 하랄트 레슈Harald Lesch, 하랄트 차운Harald Zaun의 《하루 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 중에서

이오니아의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610-546년)가 그린 우주 생성의 밑그림
이오니아의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610-546년)가 그린 우주 생성의 밑그림 [이미지 출처: 구글]

원자 그리고 빛이 있으라!


강력한 운동 빅뱅이 일어나고 3분 후, 온도가 10억℃까지 내려가면서 핵융합 반응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나 원자핵이 탄생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태양 내부와 같았던 이 당시 우주의 크기는 10광년 정도로 현재 우주의 10억분의 1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우주가 더욱 팽창하고 온도가 약 3,000℃까지 내려감에 따라 비로소 원자핵과 전자의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전자는 음전기를 띠고, 원자핵은 양전기를 띠고 있어 느려진 전자는 전기적인 인력에 의해 원자핵에 포착되어 마침내 수소와 헬륨 같은 최초의 안정적인 원자! 물질이 탄생한다(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탄소나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수십억 년 후 항성의 중심에서 헬륨이 연소한 이후에 발생했다).

원자 탄생 전까지 전자와 충돌하던 탓에 빛이 직진할 수 없어, 마치 우주는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렸던 플라스마Plasma 상태였다. 하지만 원자 탄생 후 전자와의 충돌이 없어져 빛이 직진할 수 있게 되면서 우주는 맑아진다. (“빛이 있으라!”) 빛의 탄생이자 ‘우주의 맑게 갬’이라 불리는 상태가 된 것.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여전히 볼 수 있는 건 없는 상태이다.이렇게 빛과 물질이 자유를 얻은 것은 태초의 움직임 빅뱅 이후 38만 년쯤 지나서다. 이 무렵 우주의 크기는 1,000만 광년 정도로 현재 우주의 1000분의 1 정도에 해당했다.[10]

놀랍게도 이 때 탄생한 (인류가 우주에서 감지한 빛 중 가장 먼 것은 138억 년이 걸려 지구의 망원경에 닿은) 빛이 지금도 존재하는데 빅뱅의 결정적 증거인 빅뱅의 잔광, 우주 진통의 잔향인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가 그 주인공. 우주가 마치 자신의 탄생인 빅뱅이 있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지문처럼 남겨 놓았다. 일상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지지직’ 하는 소리나 브라운관 TV를 빈 채널에 맞추면 화면에 흰 점들이 지글거리는데, 그중 몇 퍼센트 정도는 우주배경복사가 만든 것이다. 이처럼 우주와 우리가 사는 공간은 강력한 운동 빅뱅이 뿌려놓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색깔로 가득 차 있다.

■ 다음 연재 글: <운동 안내서>는 매주 일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시작은 Movement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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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안내서] 시작은 Movement

참고 문헌


《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2017)
《엑시덴탈 유니버스: 우리가 몰랐던, 삶을 움직이는 모든 순간의 우주》 앨런 라이트먼 지음 |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2016) | 전자책
[1] p109, 전자책, 아이뉴턴 편집부의 《무와 유의 물리학》
[2] 저자 주: 우주의 탄생 시간과 일어난 사건은 우주 이론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관련 천체물리학에서도 연구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어 표준 우주 모형이 정리된 위키백과를 참고로 한다.
[4] 저자 주: 우주론에서 인플라톤은 초기 우주의 급팽창을 일으키는 가상의 스칼라장이다.
[5] 저자 주: 현대 우주론에서는 ‘인플레이션 이론’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후 빅뱅이 일어나는데 이를 ‘빅뱅 이론’이라고 한다. 이를 통합해 빅뱅 이론이라 부르지만 현재는 우주론의 표준적 사용법에 따라 이 둘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통합해 빅뱅 이론으로 사용한다.
[6] p82-83, 전자책, 조앤 베이커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 슈뢰딩거부터 양자컴퓨터까지 양자세계에 관한 모든 것》
[7] p82-86, 전자책, 아이뉴턴 편집부의 《대우주: 137억 광년의 거리, 10@100년의 시간을 본다》
[8] p86, 전자책, 아이뉴턴 편집부의 《대우주: 137억 광년의 거리, 10@100년의 시간을 본다》
[9] p82-83, 전자책, 조앤 베이커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 슈뢰딩거부터 양자컴퓨터까지 양자세계에 관한 모든 것》
[10] p94, 전자책, 아이뉴턴 편집부의 《대우주: 137억 광년의 거리, 10@100년의 시간을 본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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